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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할머니 5명이 살아온 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86호 32면

책 속으로

Remember Her-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Remember Her-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Remember Her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1~5
권주리애 지음, 북코리아

그들은 지난 세기에 식민지가 된 조국에서 내쳐졌던 여성이다. 부모조차 쉬쉬하며 외면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서 고통의 세월을 숨죽이며 버텨온 생존자 수는 나날이 줄어든다. 고령의 할머니들은 매주 수요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26년째 수요 집회를 이어가며 끝나지 않는 싸움판을 지키고 있다.

‘Remember Her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시리즈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만난 이들 할머니 얘기다. 김복동(93), 이옥선(92), 이용수·강일출·길원옥(91) 다섯 분을 전기 작가 권주리애씨가 인터뷰해 자전 에세이로 구성했다. 슬픔과 울분에 잠겨 있는 할머니들께 작은 선물을 드리는 셈 치고 책을 만들었다. 권씨는 “본인과 가족, 그 사돈의 입장까지 헤아려서 이름과 얼굴 사진이 실리는 출판을 꺼려”하는 할머니들 사정 때문에 고생을 꽤 했다고 한다. 울고 웃으며 이웃 할머니 만나듯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결국 아픈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어려움 탓에 이미지가 분량을 채운 사진집 형태가 됐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인공인 이용수 할머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세워진 ‘소녀상’ 제막식에 다녀온 뒤 “전부 나보고 여성 인권가라고 소개를 했다”며 “일본이 나 죽기만 기다리는데 사죄받을 때까지 오래 살 거야. 200살까지…”라며 즐거워한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30일 대구대에서 명예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는 잊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그녀를 기억하라’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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