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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합의 'CVID 딜레마'…중·단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는?

중앙일보

입력

30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A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담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점이 명확하며,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려면 북한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들’은 되돌릴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초기조치와 검증 과정에서의 완전한 협력을 뜻한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핵시설 신고 등 검증 단계에서 판을 깼기 때문이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끄는 실무협상 대표단은 이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CVID 합의와 북한의 핵무기 조기 반출 등을 명기한 초안을 전달했다. 김 대사는 27일과 30일 판문점에서 최선희와 만났고, 31일에도 오전 일찍 숙소를 떠났으나 판문점으로는 향하지 않았다. 김 대사는 외부 인사들과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은 이들이 추가적인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대미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의 뉴욕 회담 뒤 실무적으로 협의할 부분이 추가로 생길 것이기 때문에 성 김 대사 일행이 일정을 연장해 한국에 더 머물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처럼 CVID 명기를 강조하는 것은 그간 북한이 합의한 문안에 이를 명확히 한 적이 없기때문이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도출한 9·19 공동성명도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한다”고만 했다. 하지만 CVID만 명기하는 건 위험한 부분이 있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만 포기하는 것으로 합의가 마무리된다면 북·미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사정은 다르다.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는 한·일에 여전히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생·화학 무기 폐기도 의제로 논의하느냐는 질문에 “우선적인 초점은 비핵화다. 많은 주제가 논의되겠지만 앞질러가진 않겠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합의 도출 과정에서 CVID 명기를 받아내더라도 다른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테이블에서 내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생·화학 무기 보유 사실 자체를 인정한 적이 없다. 지난해 2월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했을 때도 자연사라고 주장하며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합의문에 CVID와 함께 다른 WMD 폐기도 보장할 수 있는 약속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미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8일에도 통화했을 때 백악관은 “양측은 북한의 핵 및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해체를 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 역시 CVID만 얻어낸다면 일단 성공적 회담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WMD에 대한 후속적 조치에 대한 약속도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테드 요호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초점은 핵무기이지만, WMD 프로그램 문제는 반드시 거론돼야 하고 추후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우리에게 최대 위협인 핵탄두와 중·단거리 미사일 등 핵생산 인프라는 CVID에 포함해 해결돼야 하고, 생·화학무기 등 WMD 전반에 대해선 후속 협의를 통해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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