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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이상벽·지연 부녀 "함께 술, 술… 행복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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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방송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감히 손꼽는 인연이 있다면 바로 MC 부녀 이상벽.지연 아나운서다. 아버지 이상벽과는 1999년 KBS 아침 토크쇼 '행복채널'을, 딸 지연과는 2001년 '연예가 중계'와 '스타 골든벨'을 함께 했다. 곁에서 지내보니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 그런지 아버지와 딸이 참 많이 닮기도 닮았다. 그런데 그녀가 아버지께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은 비단 청산유수의 말솜씨뿐만이 아니었던 것. 솔직히 그녀를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술'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15년 전, 그녀의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 보자.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슬슬 출출해지면 어김없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가 집 앞 포장마차에서 술 드시면 가끔 우동 먹으러 내려오라고 하세요. 가보면 항상 조용필.이주일.허참 아저씨 그리고 저희 아버지가 함께 술을 드시고 계셨죠. 그런데 그날은 처음으로 아버지가 맥주를 주시더라고요. 심지어 아저씨들도 모두 술은 어른께 배워야 한다며 권하셨죠. 그날 처음 맛본 맥주가 어찌나 시원하고 구수하고 심지어 달기까지 한지. 제가 벌컥벌컥 들이켜자 오히려 아버지가 더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러자 모두들 아빠 딸 맞다고 인정하시는 것 있죠."

그후, 대학생이 된 지연은 아버지의 든든한 술친구가 되었다. 특히 술버릇으로 집에 와서 꼭 입가심으로 한잔 더 하는 아버지를 위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안주거리를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 그녀의 최고 과제. 일단, 마른안주로 바싹 말린 누룽지를 내고, 이어서 신김치를 송송 썰어 살짝 데친 두부와 함께 곁들인다. 참고로 그녀의 김치전 부치는 속도는 패스트푸드보다 빠르다.

"아버지가 예전 '아침마당'을 하실 때 전 학교 가려고 하면 벌써 퇴근하고 오시는 거예요. 제 전공이 '철학'이었는데 아버지가 진지하게 철학을 한번 논(論)해 보자며 집에서 술 한잔 하자고 붙잡으시죠. 그 유혹에 학교도 빠지고 저희 엄마와 함께 셋이서 진정한 낮술을 마셔요. 전 맥주, 아버진 폭탄주, 엄마는 복분자주. 절대로 서로 권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마시는 것이 저희 집 음주가풍입니다. 그리고 해장으로 고스톱 한판."

그녀의 남편도 아버지 이상벽과 밤새 대작(對酌)을 성공한 끝에 결혼을 허락받았다. 덕분에 그들은 결혼 답례품으로 하객들에게 술 한 병씩 선물했을 만큼 애주가 가족. 신혼여행 첫날 밤 신랑과 함께 와인을 무려 8병이나 비웠다는 지연은 요즘 남편과 함께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태리, 일식, 한식, 중식을 만들면서 그 음식에 어울리는 각 국의 술 한잔 곁들이는 행복에 푹 빠져 있다고. 그녀의 신혼집에서 깨소금 대신 빛깔 고운 와인의 향기가 난다면 기대하시라. 분명 기막힌 안주도 익어가고 있음을.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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