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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요즘 투자자의 몇 가지 고민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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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요즘 적잖은 투자자가 고민에 빠져 있다. 주가 움직임도 신통치 않고 다른 투자 대상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 몇 가지 이슈가 투자자에게 고민거리를 제공하는 듯하다. 우선 국내·외 금리 동향이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단순한 금리의 향방에 더해서 다른 시장 참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 많은 투자자가 조만간 정책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 시장은 그런 심리를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해외 금리도 관심사다. 미국 금리가 두어 차례 인상된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로 국내 주식과 채권 가격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변화 살피고 #성장률보다 개별 기업 실적 봐야 #남북경협 수혜주 거론은 일러 #지금은 한반도 정세 지켜볼 때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정책금리 하나만 쳐다보는 자세에서 탈피해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를 다양한 투자 방식에 각각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책금리도 한국과 미국, 두 개를 들여다봐야 한다. 채권뿐 아니라 주식 투자에 직결된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금 시장과 채권 시장 내부 참여자의 전망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3년 안팎의 장기 금리 추이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회사채 투자를 위해서는 크레디트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의 동향도 쫓아가야 한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이슈가 경제성장률이다. 한국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책 당국과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성장률이라는 실제 수치를 놓고 해석이 갈릴 뿐 아니라 과연 앞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지, 지금의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논란이 있다. 성장의 결과와 기대가 모두 반영되는 국내 주식 투자는 어찌해야 하는지 난감해진다. 장기 투자자일수록 고민에 빠질 법하다.

이럴 때는 ‘성장률 자체가 주가, 특히 개별 종목 주가와 밀접한 관계가 아닐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 경제에서 가장 우수한 기업이 등장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일반인의 투자 대상은 그중에서도 한 번 더 걸러진 종목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 전체의 성장률 논쟁에서 잠시 벗어나 당분간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이익 실적과 장기적인 혁신 비전을 투자의 시금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반도에 모처럼 찾아온 평화 정착의 기회 속에서 과연 어떤 투자가 유망한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 투자자는 정부 당국이나 공기업,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고민할 거리가 전혀 없다. 아마도 남북 경협과 북한 경제에 대한 국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우선순위는 열악한 교통, 에너지, 통신 인프라(기반 시설)의 구축과 주민의 최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원조 형식의 물자 제공이 될 것이다. 이런 투자와 물자 제공은 그 성격상 반대급부를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할 영역은 아니다.

지금 주식 시장에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함께 특정 산업과 종목들이 수혜를 입는다는 식의 얘기가 많이 있지만 아직 판단은 시기상조다. 만약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면 그것이 과연 주가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려고 시장의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가 분석과 논쟁을 거듭할 것이다. 이게 일반인의 투자를 올바르게 유도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시장에서 남북 경협의 거대한 청사진과 북한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은 물론이고, 어떤 국내 기업이 북한과 관련한 어떤 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지 분석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다. 국내 기업이 시멘트 한 포대나 자동차 한 대라도 북한에 팔고 그 대가로 달러와 같은 경화(硬貨)를 받아 이익을 남겼다는 소식이 나온다면 그다음에 투자해도 절대 늦지 않다. 지금은 남들에 뒤질세라 투자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 흐름을 침착하게 지켜볼 때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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