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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등산복 700만원” 구의원 황당 업무추진비 사례들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6‧13 지방선거에서는 특별시‧광역시‧도 같은 광역단체뿐 아니라 시‧군‧자치구 등 기초단체 226곳의 의원을 뽑는다.

기초의원은 보수로 월정 수당과 의정 활동비를 받는다. 서울기초의원의 경우 평균 1년에 4377만원, 매달 약 364만원을 받는다. 이 밖에도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에게는 일반 회사의 법인카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업무추진비’가 주어진다. 의장의 경우 월 330만원, 부의장은 160만원, 상임위원장은 110만원이 사용 가능하며 하나의 자치구당 3~4개의 상임위가 있으므로 매달 약 820만~930만원의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4년간 서울시 25개 구의회에서 쓴 업무추진비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가장 황당하게 세금이 쓰인 사례를 소개했다.

속초 오징어 200만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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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조민지씨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관악구 의회는 반기별로 타 지역에 방문해 특산품을 구매했다”며 “속초에 가서 오징어를 100만~200만 원어치 사거나 제주도에서 옥돔 100만~2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악구 의회 측은 “반기별로 의장단들이 워크숍을 가는데 각 지역에 가서 지역의 특산품을 구매해 직원들과 동료 의원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700만 원가량의 등산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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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의회는 또 등산복 매장에서 70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 등산대회나 단합대회 때 입을 의원들의 옷과 신발을 구매했다고 한다.

조씨는 “등산복과 의정 활동에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해당 옷을 꼭 단합대회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옷과 신발을 신고 의정 활동을 하러 다닌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는 “똑같은 운동화를 신어야지 단합이 잘 되는 모양이죠?”라고 물었고, 조씨 역시 “그 부분은 저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본인의 혈압약 540만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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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의회 의장은 지난 44개월 동안 꾸준히 한 약국에서 총 73회, 54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조씨는 전했다.

조씨는 “의장 측으로부터 고령이라 본인 혈압약을 구매했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말 그대로 업무추진비를 본인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는 “540만 원어치를 우리가 지원해야 하나. 그 정도로 건강이 안 좋으시면 자리를 내려놓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조씨 역시 “의장님 혈압약을 사줘야 할 게 아니라 시민들 혈압이 오르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조씨에 따르면 이 밖에도 서초구 의회의 경우 야쿠르트 판매업을 하는 배우자에게 698만원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거나 마포구 의장과 부의장을 역임한 의원 아들의 가게에서 320만원 정도를 사용하는 등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업무추진비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 도봉구의회의 경우 아예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장소와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씨는 “업무추진비가 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사례를 많이 발견한다”며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이나 징계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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