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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노동계의 최저임금법 반대 정당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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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원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원석 경제부 기자

장원석 경제부 기자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 5명이 29일 사퇴했다. 사회적 대화 철수도 시사했다. 민주노총 역시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 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데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과 수당을 제외했다. 이러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비중이 4명 중 한 명꼴로 가장 높다.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직원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을 논의를 시작한 이유다. 노동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산입범위 조정을 반대했다. 결국 국회가 그 책무를 떠안았다. 무턱대고 ‘졸속’ ‘날치기’라고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나마 국회는 단계적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토록 하는 등 고용시장을 보듬었다. 5년 동안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중 일부만 산입한다. 연봉 25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영향이 없도록 한 배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분석 결과 산입 범위를 개편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조금 많았던 계층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면서 고임금 근로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임금 격차 해소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개편인 셈이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판 갈아엎기에 나선 이유는 딱 하나다. 익명을 원한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대기업 정규직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이 덩달아 오른다. 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보폭을 맞춰온 여당조차 “노동계가 너무 양보를 안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노동계는 그간 “주요국과 비교해 최저임금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상여금을 산입 범위에 포함한다. 최저임금을 업종·지역·연령별로 달리 적용하는 국가도 많다. 금액을 논할 땐 소득이 높은 국가의 기준을 들이대면서 제도는 구닥다리를 고집하니 앞뒤가 안 맞다.

양 노총의 어깃장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파행 위기다. 근로자 위원이 모두 사퇴하면 심의가 어려워진다. 자칫하면 내년엔 법정 최저임금이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로 인한 직격탄은 저소득층이 맞는다. 그 책임 소재는 심의를 팽개친 노동계로 향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사람을 진짜 보듬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장원석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