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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G 비준 ‘양날의 검’…“이정도로 의회 설득 안돼” 문턱 더 높아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상원 외교위에 출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24일 상원 외교위에 출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상원에 조약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대가로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약속한다면서다. 그렇다면 폼페이오 장관이 굳이 북·미 합의 결과물을 상원에서 비준받겠다고 한 의도는 뭘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원하는 CVID 합의가 사실상 영구적 효력을 발휘하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보고 있다. 의회의 비준을 받는다면 이는 법령으로서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바뀐 뒤에도 유지되는 지속성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표출해온 대미 불신, 불안감을 해소해 주겠다는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26 통일각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느냐’라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상원 비준 카드는 북한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이란 핵 합의 때 역시 조약으로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CVIG의 의회 비준이 꼭 북한에게 유리한 방안이란 법은 없다. 외교가에서는 오히려 이를 ‘양날의 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다른 나라와 협상을 할 때 의회의 역할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능하다”고 말했다. “과거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할 때 보면 미국은 ‘우리는 해주고 싶은데 의회에서 용납을 못한다. 이 합의안 그대로 들고 가면 상원에서 인준을 못 받고 어차피 다 무산된다’는 식의 논리를 잘 활용하곤 했다”면서다.
 미국이 같은 논리를 북한에도 적용한다면 협상의 문턱은 다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의회 비준을 받으려면 북한의 핵 포기를 더 강력하게 담보할 필요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비준과는 별개로 미국 내에서 북핵 문제에는 의회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의회가 만든 법률이 근거이기 때문이다. 의회가 법을 만들고, 법이 대통령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재량을 주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현재 대북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미국의 독자제재가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 과정에서 미 의회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현재 미 상원은 전체 100석 중 여당인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이다. 조약 비준에는 3분의 2 찬성(67명)이 필요한만큼 그야말로 초당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 달성을 주장해온 민주당 진보 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깨버린 이란 핵 합의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의회 내에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기류가 커지면 비준이 힘들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미국이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과감하고 수준 높은 초기 조치’를 북한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합의를 조약으로 상원에 제출하겠다는 것은 북한에 유인요인이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의회가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와 별도로 ‘이란핵 검토법’을 만든 것을 예로 들었다. 서 교수는 “이란핵 검토법을 통해 의회는 대통령이 3개월마다 이란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했다. 마찬가지로 북·미 합의 조약 비준 뒤 북핵 검토법을 통해 의회가 대통령에게 검증 의무를 부과하고, 북한이 이를 충족할 경우 전향적인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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