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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포커스]충남 정치 1번지 '천안'… 중학교·육사 선후배 맞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난 28일 충남 천안시청 앞의 상가건물. 건물 외벽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구본영(66) 후보와 자유한국당 박상돈(69) 후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렸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구본영 후보와 한국당 박상돈 후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다. 두 후보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선거캠프를 마련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구본영 후보와 한국당 박상돈 후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다. 두 후보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선거캠프를 마련했다. 신진호 기자

천안시청 코앞인 데다 대로변 사거리에 자리 잡은 건물이라 출퇴근길 운전자들이 쉽게 눈이 가는 곳이었다. 두 후보가 선거캠프로 선정한 이유가 있었다.

구본영·박상돈 후보, 같은 건물에 선거캠프… 보이지 않는 신경전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 앞둔 구본영, 피선거권 박탈당했던 박상돈 #선거캠프 주변 "서로 너무 잘안다. 네거티브 선거전 안한다" 강조

두 후보 캠프는 모두 건물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모퉁이만 돌면 상대방의 사무실이 보인다. 누가 오가는지도 금세 알 수 있는 구조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구본영 후보와 한국당 박상돈 후보의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란히 높여져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구본영 후보와 한국당 박상돈 후보의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란히 높여져 있다. 신진호 기자

선거캠프 계약은 구 후보가 빨랐지만 문을 먼저 연 건 박상돈 후보다. 박 후보가 일찍 예비후보 등록을 한 탓에 현직 시장인 구본영 후보보다 입주를 서두를 수 있었다.

선거 초기 누가 먼저 자리를 잡았냐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플래카드 위치를 놓고도 기 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선거기간 내내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 마련된 민주당 구본영 천안시장 후보 선거캠프.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 마련된 민주당 구본영 천안시장 후보 선거캠프. 신진호 기자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앞둔 구 후보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가 5년 만에 회복해 선거에 출마한 박 후보 모두 ‘깨끗하지 않은 후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캠프 주변에서 나오기도 한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 마련된 한국당 박상돈 천안시장 후보 선거캠프.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 마련된 한국당 박상돈 천안시장 후보 선거캠프. 신진호 기자

충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은 민선 1~6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3명의 시장을 배출했다. 1~2기 이근영, 3~5기 성무용, 6기 구본영 현 시장 등이다.

“후배들에게 길을 물려준다”며 3선 불출마를 선택했던 이근영 전 시장을 포함해 전임 시장 모두 재선·3선을 역임했다. 천안 시민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의미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구본영 후보와 한국당 박상돈 후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다. 두 후보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선거캠프를 마련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상가건물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구본영 후보와 한국당 박상돈 후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다. 두 후보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선거캠프를 마련했다. 신진호 기자

2014년 지방선거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출마했던 구 후보는 53.12%(11만5712표)를 얻어 새누리당 최민기 후보(39.72%)를 누르고 당선됐다. 구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 때 32.86%를 얻었지만 불과 5%가 안 되는 차이로 2위에 그치기도 했다.

두 후보는 천안중학교와 육사 선후배 사이로 박 후보(육사 28기)가 2년 선배다. 나란히 장교생활을 하다 행정공무원(유신사무관)으로 전직한 뒤 승승장구했다.

6.13 지방선거 천안시장에 출마한 후보들의 경력과 주요 공약. [자료 중앙선관위]

6.13 지방선거 천안시장에 출마한 후보들의 경력과 주요 공약. [자료 중앙선관위]

구 후보는 박 후보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한때는 같은 정당에 같이 몸을 담기도 했다. 선거에서 두 번이나 패했다는 점도 같다. 선후배이자 정치적 멘토·멘티간 대결인 셈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엇갈린 시기는 2012년 말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과정에서다. 당시 구 후보는 탈당 뒤 민주당에 입당, 박 후보는 새누리당 합류를 선택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6·13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후보로 민주당 구본영, 한국당 박상돈, 무소속 안성훈 후보 등 3명이 출마했다.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는 천안시청 전경. [사진 천안시]

6·13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후보로 민주당 구본영, 한국당 박상돈, 무소속 안성훈 후보 등 3명이 출마했다.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는 천안시청 전경. [사진 천안시]

당시만 해도 지역 정치권에선 두 후보가 천안시장 선거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 때 천안에서는 국회의원 2명(천안갑·천안을)도 뽑는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1석씩 차지했던 지역구로 정당마다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인구 65만5946명(3월 말 기준)인 천안은 국회의원 지역구가 3개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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