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충남 천안시청 앞의 상가건물. 건물 외벽에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구본영(66) 후보와 자유한국당 박상돈(69) 후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렸다.
천안시청 코앞인 데다 대로변 사거리에 자리 잡은 건물이라 출퇴근길 운전자들이 쉽게 눈이 가는 곳이었다. 두 후보가 선거캠프로 선정한 이유가 있었다.
구본영·박상돈 후보, 같은 건물에 선거캠프… 보이지 않는 신경전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 앞둔 구본영, 피선거권 박탈당했던 박상돈 #선거캠프 주변 "서로 너무 잘안다. 네거티브 선거전 안한다" 강조
두 후보 캠프는 모두 건물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모퉁이만 돌면 상대방의 사무실이 보인다. 누가 오가는지도 금세 알 수 있는 구조다.
선거캠프 계약은 구 후보가 빨랐지만 문을 먼저 연 건 박상돈 후보다. 박 후보가 일찍 예비후보 등록을 한 탓에 현직 시장인 구본영 후보보다 입주를 서두를 수 있었다.
선거 초기 누가 먼저 자리를 잡았냐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플래카드 위치를 놓고도 기 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선거기간 내내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앞둔 구 후보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가 5년 만에 회복해 선거에 출마한 박 후보 모두 ‘깨끗하지 않은 후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캠프 주변에서 나오기도 한다.
충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은 민선 1~6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3명의 시장을 배출했다. 1~2기 이근영, 3~5기 성무용, 6기 구본영 현 시장 등이다.
“후배들에게 길을 물려준다”며 3선 불출마를 선택했던 이근영 전 시장을 포함해 전임 시장 모두 재선·3선을 역임했다. 천안 시민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의미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출마했던 구 후보는 53.12%(11만5712표)를 얻어 새누리당 최민기 후보(39.72%)를 누르고 당선됐다. 구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 때 32.86%를 얻었지만 불과 5%가 안 되는 차이로 2위에 그치기도 했다.
두 후보는 천안중학교와 육사 선후배 사이로 박 후보(육사 28기)가 2년 선배다. 나란히 장교생활을 하다 행정공무원(유신사무관)으로 전직한 뒤 승승장구했다.
구 후보는 박 후보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한때는 같은 정당에 같이 몸을 담기도 했다. 선거에서 두 번이나 패했다는 점도 같다. 선후배이자 정치적 멘토·멘티간 대결인 셈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엇갈린 시기는 2012년 말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과정에서다. 당시 구 후보는 탈당 뒤 민주당에 입당, 박 후보는 새누리당 합류를 선택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당시만 해도 지역 정치권에선 두 후보가 천안시장 선거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 때 천안에서는 국회의원 2명(천안갑·천안을)도 뽑는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1석씩 차지했던 지역구로 정당마다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인구 65만5946명(3월 말 기준)인 천안은 국회의원 지역구가 3개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