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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도권보다 충청 인구 빨아들여…상생 아닌 공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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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24일 사실상 폐기됐다. 헌법 제1조에서부터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천명한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좌초되면서 지방분권의 미래는 더욱 깜깜해졌다. 지방분권과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를 지난 15일 만났다.

현 정권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정과제로 자치분권의 실현을 강조하고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까지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의지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가 상당했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지방자치를 거부하는 세력을 설득하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문 정부도 의지만 갖추고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때의 교훈을 살려야 한다.”
개헌 논의가 한창 진행될 때에는 지방분권 실현에 대한 기대가 많았겠다.
“많았다. 지방분권이 현실화되지 않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지향하는 국가라는 강력한 내용이 헌법 제1조에 담기길 기대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정치권도 문제지만 국민도 개헌 논의의 과정에서 중앙의 권력구조에 관해서만 관심을 가지지 지방분권에 대해 높은 관심이 없었다.”  
행정부처가 서울시와 세종시로 이원화되면서 국정의 비효율만 커졌다는 비판이 있다.
“세종시는 원래 수도권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의 거점 도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한 도시다. 그러나 신행정수도가 위헌 결정을 받은 뒤에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 헌법을 존중해 행정부처를 서울과 세종에 이원화하고 청와대와 국회를 서울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이원화의 비효율성을 우려했지만 그럼에도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세종시를 강행했다.”  
현재 세종시가 수도권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균형발전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나?
“아직은 아니다. 인구의 규모는 커졌지만, 수도권보다는 충청권의 인구를 빨아들여 균형발전의 역할은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상생이 아니라 공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세종시가 인근 지역을 텅 비게 하는 기형적인 도시로 가면 안 된다. 세종시가 지방분권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더욱 부여해줘야 한다.”  
개헌이 좌초된 현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위해 세종시에 힘을 줄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원래 청와대를 내려보내고 국회도 분원 한다고 말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대통령도 광화문 시대를 연다고 하며 말이 달라졌다. 세종시가 많이 위축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한 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국회 이전은 어려우니 국회 분원을 계기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분원을 통해서 세종시가 더욱 기형화되는 것을 막고 국정 운영의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세종시를 거점으로 인근 지역도 상생할 수 있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세종시도 열린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재 세종시는 자족 기능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을 세종시 안으로만 끌어들이려는 폐쇄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국회 분원은 세종시에 오더라도 경제,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근 지역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의 이익을 협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방분권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가 비효율적이니 서울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독일도 통일이 되면서 서독과 동독의 균형발전을 위해 본에서 베를린으로 수도를 이전했다. 본에 일부 부처를 남겨두고 베를린으로 이전해 이원화시켰다. 본과 베를린 사이의 거리는 400~500km로 우리보다 더 조건이 안 좋았다. 우리도 세종시가 국토 균형발전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울로 환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고려한다면 환원은 더욱 비효율적이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선택지다.”

대전=이지윤·우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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