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필실 사용료 1877만원" 화천군·이외수 법정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집필 활동을 해온 소설가 이외수씨. [중앙포토]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집필 활동을 해온 소설가 이외수씨. [중앙포토]

‘집필실 사용 논란’에 휩싸였던 소설가 이외수(72)씨가 집필실 사용료를 부과한 강원 화천군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화천군 5년 치 집필실 사용료 1877만원 부과 #소설가 이외수 관련 규정 무효라며 소송 제기

29일 화천군에 따르면 이씨가 화천군청을 상대로 낸  ‘사용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이 지난달 말 춘천지법에 접수됐다.

화천군은 지난 2월 8일 이씨에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을 근거로 2013~2017년까지 5년 치 집필실 사용료 1877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씨는 집필실 사용료 부과 처분 취소와 함께 관련 규정은 무효라고 주장,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춘천지법 행정1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 내부모습.[중앙포토]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 내부모습.[중앙포토]

소설가 이외수씨의 ‘집필실 사용 논란’이 불거진 사연은 이렇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0월 27일 화천군의회 이흥일 군의원이 10분 발언을 통해 이씨가 최문순 화천군수를 향해 막말을 한 사실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씨는 지난해 8월 6일 감성마을테마문학공원에서 열린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시상식에서 술을 마시고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감성마을을 폭파하고 떠나겠다”는 막말과 함께 욕설을 했다. 이후 막말 논란은 이씨의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씨는 “술로 인해 벌어진 일로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최문순 화천군수와는 식사자리에서 오해를 풀었지만, 군의회와 군민들에게 물의를 일으켜 심려를 끼친 점 거듭 사과한다. 의회에 직접 나가서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지만 현재 건강상태가 안 좋아 우선 서면으로 답변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온 소설가 이외수씨. [중앙포토]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온 소설가 이외수씨. [중앙포토]

하지만 화천군의회는 “이씨가 2006년부터 거주하는 감성마을 집필실은 이씨와 가족만이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개인 재산이나 마찬가지”라며 “공공시설인 집필실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어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소멸시효에 따라 5년간 사용료를 소급 추징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위법한 무상사용 중지 통지’ 후 집필실을 비우는 것을 포함한 적법한 행정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화천군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화천군은 지난해 12월 공식 입장을 내고 그동안 감성마을의 운영이 사실상 위법했다고 밝혔다.

군은 ‘감성테마 문학공원 운영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감성마을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관련 법령이나 조례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이외수 작가에게 사용하게 한 것은 적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화천 이외수 감성마을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 입구. [중앙포토]

강원도 화천 이외수 감성마을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 입구. [중앙포토]

또 “2014년 2월 이뤄진 화천군수와 이씨 간 협약도 관련 법령이나 조례에서 규정한 구체적인 권리의무사항 등이 포함되지 않았고, 의회 동의 절차도 없이 운영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앞으로 이씨가 감성마을 시설을 이용하려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0조’ 규정에 따라 사용 및 수익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막말 논란’이 ‘집필실 사용 논란’으로 확산한 것과 관련해 이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해 “최문순 화천군수가 정갑철 전 군수와 이외수 간에 맺은 2014년 협약을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면서 “전(前) 군수와 한 것은 효력이 없고 현(現) 군수와 한 것만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화천군의회 의원의 생떼와 억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실제 이씨는 2005년 당시 정갑철 화천군수의 요청으로 춘천을 떠나 화천으로 집필실을 옮겼다. 침체한 지역 경제를 유명 작가의 문학관 유치로 극복해보자는 정 전 군수의 구상 때문이다.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온 소설가 이외수씨. [중앙포토]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온 소설가 이외수씨. [중앙포토]

그는 화천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이주 당시엔 별다른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그저 정 전 군수의 적극적인 요청과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주를 결정한 셈이다.

이후 화천군과 이씨는 감성테마문학공원 완공을 앞둔 2014년에 양자 간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집필실 사용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화천군 한 관계자는 “2004년부터 감성테마문학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화천군이)우리가 문학관을 지을 테니 오셨으면 한다 하고 모셔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 계약서 작성과 같은 서류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감성테마문학공원 조성사업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 동안에 걸쳐 이씨의 집필실과 문학관 등을 갖춘 감성마을이 조성됐다. 군비 67억원 등 총 13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화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