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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경시하지도 의지하지도 말라”…3자 회담설에 ‘발끈’

중앙일보

입력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경시하지도 중국에 의지해서도 안 된다.”

"중국을 저평가 하지도, 의지하지도 말라"고 한국과 미국에 경고한 환구시조 29일자 사설. [사진 환구시보 캡처]

"중국을 저평가 하지도, 의지하지도 말라"고 한국과 미국에 경고한 환구시조 29일자 사설. [사진 환구시보 캡처]

북·미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중국의 국수주의적 대중지 환구시보가 29일 이런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종전선언 추진 움직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우선 ‘차이나 패싱론’과 ‘중국 배후설’을 “기이하고 황당한 이야기(奇談怪論)”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설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되자 한국과 서방 언론이 제기했던 ‘차이나 패싱론’은 3월 북·중 정상회담으로 꿈처럼 사라졌지만, 다롄(大連)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강경하게 돌변한 것을 중국이 조장했다는 ‘중국 배후설’이 제멋대로 퍼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태도 돌변과 트럼프의 회담 취소 선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극도로 자제한 채 북·미 정상회담 거행을 희망하면서 정세를 다시 되돌리는 데 공헌했지만 한국과 미국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만 강조하고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중국이 정세 재전환에 공헌했다고 밝힌 것은 회담 재개 과정에서 중국이 배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사설은 한발 더 나아가 “더욱 가소로운 건 중국이 발휘한 역할을 배제하는 논조가 나타난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종전선언 서명에 참여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한·미와 북한이 서명하면 된다고 하지만, 중국은 당시 한반도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2차 남·북 정상회담 기자 설명회에서 제기한 남·북·미 3자 회담에 대해 “그들(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단역을 맡기를 희망한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 한반도에서 격렬하게 대치했던 때나 (정세가) 완화됐을 때에도 중국은 모두 한반도의 적대적 양측을 오가며 담판을 지속해서 격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엔의 틀을 만들고 움직이며, 북한이 과감하게 한·미와 마주하도록 격려하는데 중국은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끝으로 “중국을 저평가해서도 중국에 의지해서도 안 된다”며 “이는 미국과 한국이 중국에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 극단”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 평화의 견실한 지지자며 이는 중국의 이익이자 도리”라고 했다.

또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도 29일 “김정은 집사 다시 방중, ‘한반도 4자 모델’ 이미 형성”이란 기사를 싣고 환구시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둬웨이는 “문재인-김정은 2차 회담은 북한 고위 관리(김창선) 방중이 끝난 시점에 열렸다”며 “중국이 가운데에서 지지 역할을 발휘했음을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부터 26일 중국을 방문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통해 중국이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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