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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방카 중국 상표권 대가로 ZTE 제재 완화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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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중앙포토]

지난 2월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중싱그룹(中興·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언급한 시점에 그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중국 정부로부터 상표권 7건을 승인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 사업을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했다는 의혹 제기다.

NYT “이방카 상표권 승인 시점, 제재 완화 시점 겹쳐”

NYT는 “ZTE가 미국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방카가 중국에서 상표권을 승인 받은 것과 거의 동시에 ZTE 회생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우연일 수 있다”면서도 “그 놀라운 시점 때문에 트럼프 가족의 사업에 대한 익숙한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대형 휴대전화 업체인 ZTE가 신속하게 정상화할 수 있도록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우려하며 “미 상무부에도 지시가 내려갔다”라고도 썼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9위를 차지하는 ZTE는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다.
앞서 미 상무부는 북한·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ZTE에 7년간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후 미 퀄컴의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ZTE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에 전해지는 등 회사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한 13일 트위터.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한 13일 트위터. [중앙포토]

그러나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이방카의 상표권 5건을 승인한 건 지난 7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ZTE에 대한 태도를 갑자기 바꾸기 6일 전이다. 21일에도 중국 정부는 이방카의 상표권 2건을 추가 승인했다.

이방카는 2016년 5월과 지난해 3월 각각 상표권 7건과 6건의 승인을 중국 정부에 신청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상표권이 승인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18개월. 로펌 ‘이스트 앤드 콘코드 파트너스’에서 지적재산권을 담당하는 찰스 펭은 NYT에 “신청에서 등록까지 상당히 빨랐다”고 말했다.

상표권 전문 변호사인 로렌 양은 “고객 중엔 1년 안에 승인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며 특별히 문제는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도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방카의 특수한 위치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유명한 사람이 신청한 상표권을 담당자가 보면 ‘오, 이 사람 알아’라면서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방카와 사업을 하는 외국 정부들은 대통령의 딸을 어떻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며 “중국에서 이방카 상표권 포트폴리오가 늘어나는 등 트럼프 가족 사업이 이익을 얻는 건 중국 정부가 이들을 특별히 고려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에서 34개의 상표권을 보유하게 된 이방카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에서 약 100건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상원의원 일부는 헌법에 위배되며, 외국 정부가 미국의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 노아 북바인더 사무국장은 AP통신에 “이방카가 자신의 자리나 아버지의 대통령직 수행으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패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우한에 있는 ZTE 매장의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 있는 ZTE 매장의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ZTE 제재 완화와 관련해 미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윤리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의원은 27일 데이비드 아폴 미 정부윤리청(OGE) 청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서한에서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중국 개발업체가 참여한 계약에 연결돼 있고 중국 정부가 이 사업에 5억 달러(약 5400억원)를 대출해줄 것이라고 알려진 지 며칠 뒤 ZTE 옹호 트위터가 나온 것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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