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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 핵심은 개인신용대출 … 부동산 치중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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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성준 대표는 ’개인신용대출 P2P는 빅데이터로 심사평가 모델을 계속 개선할 수 있고, 100% 비대면 운영이라 비용도 적게 든다“며 ’기술이 금융을 혁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사진 렌딧]

김성준 대표는 ’개인신용대출 P2P는 빅데이터로 심사평가 모델을 계속 개선할 수 있고, 100% 비대면 운영이라 비용도 적게 든다“며 ’기술이 금융을 혁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사진 렌딧]

3년 전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 열풍을 타고 관련 스타트업들이 급증했다. 특히, 인터넷으로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투자할 곳을 찾는 투자자들을 이어주는 P2P(Peer to Peer) 스타트업이 눈길을 끌었다. 3년이 지난 요즘 P2P금융 시장은 혼란 끝에 옥석이 가려지는 중이다.

P2P협회 탈퇴한 렌딧 김성준 대표 #연체율·부실률 정확히 공개 안 해 #소비자 보호 외면하는 협회 떠나 #은행 갔더니 22%금리 요구해 충격 #디자이너 경험 살려 스타트업 창업 #다양한 데이터로 대출자 신용 심사 #분산투자 기술 개발해 개인대출 1위

개인신용대출 P2P업계 1위 ‘렌딧’의 김성준(33) 대표를 최근 서울 을지로 렌딧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P2P 업체 64곳이 가입해 있는 한국P2P금융협회를 탈퇴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누적 대출금액 1299억원(5월 28일 기준)으로 국내 개인신용대출 P2P 1위(시장점유율 45%)의 결정에 업계가 술렁였다. 앞서 협회는 초대 한국P2P금융협회 회장까지 맡았던 업체 대표의 학력 위조, 부동산대출을 위주로 하는 P2P업체들의 부정확한 연체율 공시 문제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김 대표는 “소비자 보호 문제에서 협회 이사회와 거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P2P는 신생 산업인 만큼 업체 스스로 연체율·부실률 등을 정확히 공시하고 자정 활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지만 협회 다수와 이견이 컸다”는 것이다. 렌딧은 요즘 금융위원회가 P2P 업체에 요구하는 연체율·부실률 공시를 3년 전 서비스 시작 때부터 했다.

지난 24일엔 8퍼센트·팝펀딩 등 선두권 P2P업체들이 잇따라 협회를 떠났다. 같은 날엔 누적대출액 23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전문 P2P업체 헤라펀딩이 부도를 선언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성준 대표는 “P2P금융의 본질은 기술과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출자의 신용과 위험도를 분석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기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개인신용대출 P2P만 고집하는 것도 기술 기반의 P2P금융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소비자 관심에 상당수 P2P업체들이 ‘고수익’을 보장하며 부동산 대출 비중을 늘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P2P 대출의 64%는 부동산 대출이었다.

김 대표는 “P2P금융이 발달한 미국에선 부동산 대출은 5%에 불과하다”며 “개인신용대출이 전체 P2P의 60%를, 소상공인 대출이 35%”라고 말했다. 한국과는 정 반대다. 그는 “‘다수 개인’들로 구성된 ‘상호 연관성이 낮은’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개인신용대출 P2P가 경기 영향을 바로 받는 부동산P2P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렌딧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신청자의 신용 등급과 적정 금리를 자체 산출한다. 개인 신용평가기관에서 확보한 250종의 금융 데이터와 대출 신청자가 렌딧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다. 정보 입력 후 10초면 개인별 금리가 나온다. 대출 전 과정이 온라인 비대면이어서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는 기존 금융권보다 운영 비용이 낮다. 그러다 보니  연20~30% 수준의 고금리 대출을 했다가 이를 갚기 위해 금리가 더 낮은 렌딧에서 대출하는 ‘대환 대출자’가 최근 3년 렌딧 전체 대출자의 54%나 된다. 이들은 평균 11.1%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렌딧은 또 P2P 투자자 1명의 투자금을 100~200개의 대출 채권에 실시간으로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추천 시스템을 운영한다. 렌딧 투자자 중 70% 이상은 렌딧 채권에 다시 투자한다. 렌딧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사실 김 대표는 사실 금융권 출신도, IT 엔지니어도 아니다. KAIST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김 대표는 “금융권 밖에 있던 소비자이자,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대출 시장의 문제도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P2P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는 은행 대출에서 거절당하면서다. 미 스탠퍼드대로 석사 유학을 간 그는 2011년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에서 인터넷 커머스 분야에서 창업했다. 그러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 대표는 “3000만원을 빌리려고 한국에 왔다가 저한텐 22% 이상 고금리 대출만 가능하단 걸 알고 뭔가 크게 잘못됐구나 싶었다”며 “반면 미국 P2P업체인 ‘랜딩클럽’에선 7%대 대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성인의 40%가 신용등급 4~6등급인데 이들이 고금리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만큼 시장 잠재력도 크다고 봤다.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 친구들과 손잡고 바로 렌딧을 창업했다.

렌딧 설립 4년째 접어든 김 대표는 앞으로 심사 평가 모델과 분산투자 추천 알고리즘을 더 고도화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도 대출신청자들이 보낸 서류를 이미지로 인식하는 작업 등에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대출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60조원 규모인 국내 개인신용대출 시장은 상당히 큰 시장”이라며 “그동안 쌓은 중금리 대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술로 금융을 혁신하는 ‘테크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준(33) 렌딧 대표

서울과학고 졸업 후 생명공학을 공부하겠다며 KAIST에 진학했지만, 정작 전공으로는 산업디자인을 택했다. 그는 “미국 디자인 컨설팅회사 아이데오(IDEO)를 접하고 소비자의 필요(needs)를 찾고 고민하는 일, 개발자·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의 일에 매료됐다”며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일은 디자인의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렌딧은 미국 콜라보레이티브펀드·알토스벤처스, 국내 임팩트투자사 옐로우독 등에서 누적 174억원을 투자받았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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