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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노동시간보다 긴 중·고생 공부시간…우리 아이는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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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하교 후에 학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하교 후에 학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초ㆍ중ㆍ고교생의 하루 또는 일주일 시간표는 어떻게 될까. 학교ㆍ학원ㆍ집을 오가는 '쳇바퀴'가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국내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어른들의 노동 시간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경에 따라 크게 바뀌기도 한다. 가난한 집 아동은 학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TVㆍ스마트폰 등 미디어 사용 시간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재단, 초·중·고 6428명 일과표 분석 #수면·공부·운동·미디어 시간 균형 '0.9%'뿐 #중학생 연간 학습, 어른 노동보다 28시간↑ #빈곤 가구 아동, 공부 시간↓ 미디어 사용↑ #보호자는 아이가 실제보다 더 논다고 생각 #"아이들도 학업과 휴식 조화돼야 행복감"

NPO(비영리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8일 아동복지포럼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아동행복생활지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11~12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6428명이 직접 작성한 시간 사용 표를 분석한 결과다.

연령별 아동의 시간 사용 권장기준. [자료 어린이재단]

연령별 아동의 시간 사용 권장기준. [자료 어린이재단]

어린이재단은 아동 연령별로 수면ㆍ공부ㆍ운동ㆍ미디어 4가지 영역에 대한 권장기준을 설정했다. 초등학교 4학년은 하루 평균 ▶9~12시간 자고 ▶30~120분 공부하고 ▶1시간 이상 공부하며 ▶2시간 아래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식이다. 4가지 권장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생활을 하는 아동은 100명 중 1명(0.9%)에 그쳤다. 시간 활용을 모범적으로 하는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아동 4명 중 1명(24.7%)은 4가지 영역 중 하나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특히 아이들의 74.2%는 운동하는 시간이 권장기준보다 적었다. 반면 62.2%는 권장기준보다 더 오래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자유롭게 쉬거나 노는 시간이 하루 중 전혀 없는 아동도 24.2%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국내 학생들의 연간 학습시간은 중학생 2097시간, 고등학생 2757시간이었다. 국내 성인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2069시간ㆍ2016년)보다 더 많은 편이다.

가구 빈곤 여부에 따른 아이의 시간 사용 차이. [자료 어린이재단]

가구 빈곤 여부에 따른 아이의 시간 사용 차이. [자료 어린이재단]

여기에다 부모 소득에 따른 시간의 불균형도 두드러졌다. 빈곤 가구 아동의 학습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156분이었다. 반면 비빈곤 가구 아동은 50분가량 더 많은 207분으로 나타났다. 빈곤 가구 아동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10분 정도 공부를 덜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수면 시간(빈곤 아동 421분-비빈곤 아동 410분), 미디어 사용 시간(빈곤 아동 206분-비빈곤 아동 178분)은 빈곤 아동이 더 많았다.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 쓰면서 혼자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 등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이 공부하는 시간을 둘러싼 부모-자녀 간 시간 인식 차이. [자료 어린이재단]

아동이 공부하는 시간을 둘러싼 부모-자녀 간 시간 인식 차이. [자료 어린이재단]

아이들의 시간을 어른들이 평가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 아동 ‘본인’과 ‘보호자’의 시선은 뚜렷하게 갈렸다. 조사에 참여한 아동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88분(평일 기준)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부모는 145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공부 시간을 매기는데도 40분 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자는 시간도 비슷했다. 아이들은 하루 평균 413분이라고 응답했지만, 부모는 436분이라고 봤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공부를 덜 하고, 잠은 더 자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노는' 시간은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났다. 보호자는 본인 자녀가 하루 평균 37분 운동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29분만 운동한다고 밝혔다. 편하게 쉬고 노는 시간은 차이가 더 벌어졌다. 아이들은 하루 1시간이 채 못 되는 49분 정도만 논다고 생각했지만, 보호자는 1시간을 훌쩍 넘는 75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동이 노는 시간을 둘러싼 부모-자녀 간 시간 인식 차이. [자료 어린이재단]

아동이 노는 시간을 둘러싼 부모-자녀 간 시간 인식 차이. [자료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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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행복과 우울함으로도 이어졌다. 하루 1분 이상 휴식ㆍ놀이 시간을 가지는 학생의 75.8%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행복감이 더 높았다. 또한 아이들은 학습시간 증가에 따른 수면ㆍ운동 시간 감소가 행복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호자들은 자녀가 적게 공부할수록 더 큰 우울함을 느꼈다. 아이의 학습시간이 늘면 자아존중감이 더 높아졌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학업과 휴식 시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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