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의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을 둘러싼 경북과 충북의 갈등, 섬진강댐의 물을 동진강으로 돌린 탓에 섬진강 하류의 유량이 줄면서 발생한 민원들….
내년 6월부터는 광역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이 같은 물 분쟁을 국가 물관리위원회에서 조정하게 된다. 조정 신청을 받으면 위원회는 90일 이내 심사해 조정안을 제시하게 되며, 60일의 범위에서 조정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25일 통과시킨 '물관리 기본법 제정안'에 나온 내용이다. 이번 법안은 수자원 관리를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기는 통합 물관리 추진의 하나이며 여야 합의로 마련됐다.
국토위는 지금까지 제안된 7개의 물관리 기본법안을 바탕으로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물관리 기본법안 내용을 보면 우선 모든 국민에게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했다(제4조).
국가와 지자체는 물관리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 생물 서식공간으로서의 물의 기능·가치를 고려해 수생태계의 건강성이 훼손되는 때는 이를 개선·복원하는 등 지속가능한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했다(제10조).
또, 강을 관리할 때 유역 단위로 관리하는 원칙을 정했고(제11조), 물을 관리할 때에는 수량 확보와 수질 보전, 재해방지, 자연환경,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통합 물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제12조).
물을 이용할 때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물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했다(제8조). 물을 사용할 때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제16조).
특히 물관리에 드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물 이용자에게 부담시키고, 물관리에 장해가 되는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도 물관리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제17조). 수혜자 부담원칙과 오염자 부담원칙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을 맡게 되는 국가 물관리위원회에서는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앙행정기관이나 광역 자치단체 사이의 물 분쟁을 조정하게 된다. 유역별로는 유역 물관리위원회가 설치되며, 환경부 장관과 민간 전문가가 공동 위원장이 된다(제20~34조).
이와 함께, 북한강·임진강처럼 남북한이 공유하는 하천의 공동관리 등을 위해 남북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도록 규정했다(제37조).
또,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혹은 지자체 상호 간에 물 이용과 배분, 재해 예방 등을 위한 물관리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제38조).
이 법안은 국회 통과 뒤 정부가 공포하면 1년 뒤에 시행된다. 따라서 내년 6월 이 법안이 시행되면 2021년 6월까지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2022년 6월까지는 유역별 물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한편, 한강 유역네트워크는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나서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를 겨우 통과해 28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며 "하천법을 국토교통부에 남긴 것은 큰 문제지만 통합물관리 시대로 나아가는 대세를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강 유역네트워크는 "반쪽짜리 물관리 일원화지만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과 물관리 기본법을 발판 삼아, 유역 자치를 바탕으로 실질적 통합 물관리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