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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과 이영희를 기억하는 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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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호 29면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8년. 지금 중학생 정도만 돼도 이 이름을 듣고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중장년층에겐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남녀 톱스타를 패션쇼에 세우고 서로 이마를 맞대는 포즈로 피날레를 장식한다거나, “엘레강스” “뷰티풀”이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반복하던 화법은 그 아니면 누가할 수 있었을까. 그런 확실한 존재감으로 자타공인 한국 대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으리라.

이렇게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있던 앙드레 김이라는 이름이 최근 다시 들린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9월 16일까지 열리는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에서 그가 남긴 화려한 의상들을 볼 수 있게 된 데 이어,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7층 상상공간뮤지엄에서는 추모 패션쇼 ‘리마인드 앙드레 김’이 열린다.

행사는 고인에 대한 ‘리마인드’에 충실히 초점을 맞춘다. 대표 의상을 다시 보여주는 것 외에 생전에 함께했던 톱모델과 스태프들이 당시 화려했던 무대를 고스란히 재연한다. SBS 슈퍼모델 대회 입상자들의 모임인 아름회(회장 김효진)가 주축이 돼, 앙드레 김 패션쇼 하면 떠오르는 박영선을 비롯해 김효진·김태연·정다은·장효선·율라 등 당대 톱모델들과 슈퍼모델들이 함께한다. 김재범·이건화·홍준기 등 남자 슈퍼모델들도 나선다.

스태프도 그대로다. 앙드레 김의 첫 패션쇼에서 마지막 패션쇼까지를 연출한 모델센터 도신우 회장이 연출을 맡고, 고인이 생전에 함께 했던 헤어 메이크업팀(현실고 원장)이 함께 한다.

몇번이나 불발되던 추모 패션쇼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규모는 축소됐더라도, 앙드레김이 ‘브랜드’로서 남았기 때문이다. 샤넬·생로랑·지방시 등 세계 유수 패션하우스가 전문 경영인과 크리에이티브를 바꿔 가며 이름을 유지하는 것도 브랜드가 지닌 생명력이다. 구심점이 되는 후계자, 아카이브를 유지하는 노력, 충성도 높은 고객이야말로 브랜드가 되는 힘이다.

앙드레 김의 경우, 아들 김중도 대표는 서울 신사동에 있던 사옥을 논현동으로 옮겨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디자인실을 유지하면서 맞춤 옷을 만들고 있고, 기존 라이센스 사업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또 한 명의 한국 대표 디자이너가 세상을 떠났다. 40여 년간 한복을 세계에 알린 이영희 선생이다. 그 이름 역시 한복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얼굴이 앞에 나서 그의 이름으로 한복의 동시대성을 더해도 좋을 터다. 브랜드로 남지는 못할망정 ‘이영희’라는 이름 석 자가 ‘톱스타 전지현의 시외조모’로만 수식된 채 그냥 잊혀져서는 안되지 싶다. ●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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