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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끝판왕’ 두바이 타워, 혁신적 설계 원리는 텐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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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호 24면

도시와 건축 

높이 400층의 두바이 타워 모형. 2000m 이상의 극초고층 건물이다. 2008년 건설 계획이 발표됐으나 2025년쯤 돼야 추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포토]

높이 400층의 두바이 타워 모형. 2000m 이상의 극초고층 건물이다. 2008년 건설 계획이 발표됐으나 2025년쯤 돼야 추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포토]

문헌에 처음 나오는 초고층건물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이다. 바벨탑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은 노아의 홍수 이후 방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날 평지에 멈춰서 흙으로 벽돌을 굽고 노천에서 구한 아스팔트를 이용해서 단단하고 높은 탑을 쌓았다. 이에 노한 하나님은 사람들의 언어를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혼돈을 주어서 흩어뜨리셨다는 이야기다.

전통적 압축력 구조의 메인 건물 #주변 케이블이 빙 둘러가며 잡아줘 #바람에 견디고 비틀리는 것 방지 #엘리베이터 케이블 더 강력해지면 #미래 초고층은 우주로 연결될 수도

문화인류학자들은 성경 속의 바벨탑은 지금 이라크에 남아 있는 신전건축인 ‘지구라트’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라트는 구운 벽돌로 건축했고, 성경의 기록처럼 노천에서 구할 수 있는 아스팔트를 이용해서 방수공사를 했다. 여러 가지 언어의 혼돈은 당시에 쓰던 언어가 수메르어, 아카드어, 아람어 세 종류였는데 공식 언어를 바꾸면서 혼돈이 온 것으로 해석한다. 대형프로젝트다 보니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종이가 없던 시절에 건축도면 없이 일을 하다보면 작업지시를 모두 말로 해야 하는데 공식 언어의 변화는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다.

성경책의 기록자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들은 유목민족이었고 세상을 떠돌던 ‘하나님의 명령을 잘 준행한’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다. 텐트만 치고 살던 이들에게 벽돌로 지어진 수십 층 높이의 건축물 지구라트는 초고층 건물로 보였을 것이다. 이후 초고층건물은 항상 인간의 도전정신을 나타내왔다.

강철과 엘리베이터 덕에 초고층 가능

과거의 고층건물은 지구라트처럼 권력을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 실제로 높은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대단한 권력자가 아니면 높은 건축물 공사는 실행하기 어렵다. 모든 건축 행위는 자연의 힘인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래서 건축물은 만든 사람의 힘을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만든 사람이나 그 위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권력자들이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왕과 교황의 권력이 일반 시민에게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그 즈음 엘리베이터가 발명되었다. 미국인 오티스가 발명한 엘리베이터는 ‘높이=권력’의 관계에 혁명을 가져왔다.

19세기 말의 에펠탑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철로 만들어진 초고층 건축물인 에펠탑에 일반 관람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과거 수메르문명 때에는 제사장이나 왕만이 지구라트 신전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 봤다면 근대사회에서는 일반 시민이 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부동산지도도 바꾸었다. 과거에는 권력구조의 최하층민인 하녀들이 꼭대기 다락방에 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걸어 올라가기 힘들어서이다. 지금은 부자들이 최상층 펜트하우스에 산다.

20세기에 들어서 강철이라는 재료의 도움으로 수십 층 높이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초고층건물 짓기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초고층 건물은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일 것이다. 이 빌딩은 카네기와 오티스가 낳은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오티스가 엘리베이터를 만들었지만 강철왕 카네기가 없었다면 엠파이어스테이빌딩은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카네기는 최초로 강철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기업인이다. 기존에도 철은 많이 사용되었지만 대부분 주철의 형태였다. 가마솥을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게 쇳물을 부어서 건축자재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강한 철을 만들 수 없었다. 당시에 주철로 지어진 많은 다리는 4분의 1가량이 붕괴되는 문제가 있었다. 카네기가 강철 재료를 만들어줌으로써 건축물의 초고층화는 급물살을 탄다.

부르즈 칼리파는 위로 갈수록 좁아져

높이 162층의 부르즈 칼리파. 부르즈는 아랍어로 탑(Tower)이란 뜻 이며, 칼리파(Khalifa)는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 서울의 북한산 높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높이 162층의 부르즈 칼리파. 부르즈는 아랍어로 탑(Tower)이란 뜻 이며, 칼리파(Khalifa)는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 서울의 북한산 높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수십 년 동안 ‘강철구조 + 엘리베이터’의 공식으로 초고층건물이 지어졌다. 이러한 트렌드에 변화를 가져온 빌딩이 홍콩상하이은행 사옥이다. 이 건물은 고층건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구라트 이후 기존의 모든 고층건물들이 대부분 압축력 구조로 만들어졌다면 홍콩상하이은행 건물은 당기는 힘인 인장력을 이용한 현수교 구조를 이용해서 건축한 것이다. 금문교 같은 모양의 현수교는 두 개의 포스트가 서있고 그 위에 줄을 건다. 그리고는 그 줄에 다리의 상판을 끈으로 매단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방식으로 건축한 이유는 홍콩의 유명한 풍수지리가가 그 위치에 건물을 지으면 홍콩 경제의 맥이 끊겨서 안 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건물을 땅에 닿지 않게 지으려다보니 현수구조를 사용한 것이다.

198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시카고의 시어스타워였다. 이 초고층건물의 원리는 ‘대나무 다발’이다. 대나무가 하나만 높게 올라가면 바람에 쉽게 휘어진다. 하지만 같은 대나무라도 여러 개를 묶어서 놓는다면 바람에 쉽게 휘지 않는 강도를 가지게 된다.

이 원리와 동일하게 시어스타워는 9개의 튜브가 ‘3×3’의 다발로 묶인 평면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건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하나씩 튜브가 짧아지면서 맨 꼭대기 층에는 9개 튜브 중 하나만 남는 형식으로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원리의 창시자는 근대건축 4대 거장 중 한 명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다. 라이트가 설계한 ‘1마일 빌딩’은 이 원리를 적용해서 위로 갈수록 다발의 숫자가 작아지는 모양으로 1마일 높이의 초고층건물을 계획했다. 이 원리를 실제에 적용해 지은 건물이 현존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다. 부르즈 칼리파보다도 높다는 사우디의 ‘제타 타워’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건물은 홍해 건너편에서도 보일 정도로 높다.

그런데 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초고층 건물이 계획됐다. 두바이에서 진행하고 있는 ‘두바이 타워’이다. 두바이 타워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초고층 디자인이다. 기존의 초고층 건물이 압축력과 인장력 중 하나만을 중심으로 설계를 했다면 두바이타워는 둘을 절묘하게 복합시켰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원리가 두바이가 위치한 사막문화의 전통건축인 텐트에서 차용되었기 때문이다. 유목민족은 계속해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건축물보다는 텐트를 치고 산다. 텐트가 서있는 구조적 원리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텐트 폴이 받는 압축력과 텐트의 천과 줄이 견디는 힘인 인장력이다. 텐트 천은 당기고 텐트 기둥은 이를 저지하면서 그 힘을 땅으로 내려준다. 그리고 그 둘의 긴장으로 인해서 공간이 형성된다.

두바이 타워, 높게 짓기에 최적화된 구조

초고층 건물을 짓게 될 때 가장 큰 문제는 바람이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의 세기는 세어지고 좁고 길게 올라갈수록 바람에 넘어지거나 비틀리기 쉽다. 초고층건물에서 높은 곳의 바람에 저항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중앙의 엘리베이터 코어를 콘크리트 벽으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막대기로 만들어진 철골구조만으로는 이 바람의 저항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고층으로 갈수록 척추 같은 엘리베이터 코어가 크게 자리잡아야 한다.

문제는 코어가 커질수록 중앙에 거대한 코어만 있고 주변에 사용가능한 평면은 줄어들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가운데 코어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는 콘크리트 벽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전망식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 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두바이 타워는 가운데 포스트는 강한 압축력의 전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점은 주변에 케이블이 막대기를 빙 둘러가면서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 케이블들이 초고층 건물이 바람에 넘어지거나 비틀리는 것을 잡아주고 있다. 덤으로 건물이 위로 갈수록 좁아질 필요가 없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외부에 전망식으로 부착될 수도 있게 된다.

단언컨대 현대기술로 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높게 지을 수 있는 방식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높게 짓기 위해 최적화된 건축구조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초고층은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초강력케이블이 만들어지면 우주로 가는 엘리베이터도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만약에 그러한 엘리베이터가 가능하다면 아마도 우주까지 가는 초고층건물이 지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원심력이 있고 높이 올라갈수록 중력이 작아지니 건축물이 공중에 수직으로 떠있게 지어질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초고층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이와 같이 공중에 떠 있는 초고층 건물계획안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쯤 되면 이는 초고층건물이라기보다는 우주정거장이라고 불러야할 것이다. 두바이 타워는 진정한 바벨탑이 될 것 같다. 아마도 한동안 지상에 지어진 건축물 중 두바이 타워를 뛰어넘는 초고층건물은 안 나올 듯하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현대건축의 흐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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