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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6·13 지방선거 특별기획] 3선 도전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일보

입력

 당선되면 평양 방문해 경평축구 부활과 전국체전 공동 개최 등 협력사업 논의 … 시민단체 출신 외부 인사가 시정 좌지우지한다는 비판 동의 못 해

“피로감? ‘필요감’이겠지! 토건(土建) 시대 회귀엔 반대”

6·1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둔 5월 10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디지털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각종 시 관련 정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박 시장은 “시장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서울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사고 상황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업무 지시도 즉각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일명 ‘디지털 시민시장실’은 박 시장이 내세우는 ‘서울시 혁신’의 상징물과 같다. 박 시장은 ‘혁신’을 거대한 토건(土建) 사업을 통한 변화가 아닌 시민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향상시키는 끊임없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1970~80년대식의 과거 개발 프레임으로 시정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고도 했다. 지난 7년의 조용한 변화를 10년 혁명으로 완성하기 위해 3선 도전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두고 ‘피로감’을 거론하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의 수사일 뿐 시민들은 ‘필요감’을 느낀다고 믿는다”고 응수했다. 경쟁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는 것과 관련해 “선거 과정에서 비판과 토론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구체적 사안 하나하나를 자신감 있는 말투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역대 서울시장 중 3선 도전은 박 시장이 처음이다. 다시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지난 7년 재임 기간 중 혁신을 위한 많은 씨앗을 뿌렸다. 이제 꽃이 피고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정착시키고 결실을 맺도록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절이 아닌 연결과 확장 그리고 진화를 위해 다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외국 유명 도시들을 보면 시장이 10년 이상 일하면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사례가 적지 않다. 뉴욕의 블룸버그 시장과 파리의 들라노에 시장은 10년 이상 시장직에 있었다.”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시민들의 피로감을 지적하기도 하던데.
“시장직이라는 게 시민이 선택해 주지 않으면 임기제 공무원이다. 그런데 시민의 삶에는 임기가 없다는 말이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변화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피로감’이 아니라 ‘필요감’을 느끼지 않을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시정만족도가 70%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피로감’은 정치인들이 하는 얘기 아닐까. 어떤 일이건 찬반이 늘 있고 그게 쌓이다 보면 비판과 부정적 여론이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7년 동안의 시정을 자평한다면?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상당한 영향력도 있었고 지지와 존경도 받았다. 솔직히 전에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된 것은 그저 또 한 명의 시장이 돼 경력을 쌓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장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고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로 받아들였다. 이전 시장들도 과거 성장과 개발의 시대 속에서 나름 성취를 이루긴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한다. 토건 행정보다는 시민의 삶,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신념과 비전으로 지난 7년을 일해 왔고 시민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넘게 일한 유명 시장들 여럿 있어”

박원순 시장은 평소 시민과의 눈높이를 강조해 왔다. 5월 5일 어린이날 기념식 시상식장에서 어린이 수상자에게 무릎을 굽히고 시상하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은 평소 시민과의 눈높이를 강조해 왔다. 5월 5일 어린이날 기념식 시상식장에서 어린이 수상자에게 무릎을 굽히고 시상하는 박원순 시장.

그동안 시정을 이끌면서 아쉽게 여기는 부분도 있을 텐데, 무엇인가?
“준비된 시장이라고 시작을 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고, 시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큰 아픔은 구의역 사고(2016년 5월 스크린도어 수리 외주업체 청년의 사망 사건)였다. 이른바 위험도 외주화하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서울시에 여전히 드리우고 있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위탁 업무의 직영화와 정규직화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보고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민주당 경선 출마선언문 등에서 10년 혁명을 완성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이다. 각자도생의 세상을 공동체적 삶에 기반한 사회적 우정 시대를 열겠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지방정부를 포함해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 세금은 거두면서도 시민의 삶과 운명은 온전히 시민 자신의 힘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 왔다. 공공성이 극도로 희박한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피폐해지고 절망적이 됐다. 공공성을 강화해 공동체적 삶의 기반을 더 다질 생각이다. 시민 삶의 질을 확실히 높이는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다. 이런 노력은 지난 임기 동안 꾸준히 해왔다. 예를 들어 첫 임기 시작 때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5% 수준이었다. 지금은 30%까지 왔다. 향후 5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본다. 공공임대주택도 그동안 14만 호를 공급했고 앞으로 5년간 24만 호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안철수 후보와의 관계가 세간의 화젯거리다. 과거 안 후보의 ‘아름다운 양보’에 대해 “이제는 가는 길이 달라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슨 의미였나?
“안 후보는 아름다운재단 이사도 했고, 포스코에서 사외이사도 같이하면서 인연이 많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독선적 국정운영을 우리 두 사람은 모두 반대하며 함께 가는 동지였다. 하지만 이후 가는 길이 달라졌다. 우선 소속 당이 달라졌다. 나는 민주당의 비전과 철학, 입장을 대변해 선거에 나온 입장이고 안 후보 역시 다른 정당에서 다른 비전과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됐다. 100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가 사적 인연으로 결정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안철수 후보는 얼마 전 박 시장을 두고 “천만 도시인 서울을 유럽의 수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처럼 경영했다”고 비판했다. 재임기간 중 서울에 무슨 변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했다.
“유럽의 소도시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삶의 질이 높은 선진적인 도시인지 모르고 하는 말 아닌가 싶다. 유럽의 소도시들은 건물만 높이 올리는 그런 토건 도시는 아니지 않나. 내 삶이 바뀌는 소소한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무시하는 주장이다. 유럽의 작고, 예쁘고 행복한 삶이 있는 그런 도시가 아니고 과거처럼 거대한 토목사업 같은 것을 지금도 벌여야 한다고 정말로 생각하는 것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2014년 시장 선거 때도 상대 후보 측에서 똑같이 나왔던 얘기다. 잠자는 서울을 깨워야 한다고 하더라. 조용하면서도 본질적 변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요란한 토건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제 잠 좀 자자고 하는데…. 우리가 분석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시민들은 보육·휴식·힐링·카페·도서관·공원을 가장 많이 거론한다. 이런 것들이 시민의 꿈이고 소망이다. 이미 한물간 1970~80년대식 낡은 프레임으로 서울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토건을 악(惡)으로만 너무 몰아 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김문수 후보는 부동산 분야와 관련해 규제 완화를 통한 대대적 개발을 주장한다.
“그런 주장은 과거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다. 오래전 서울에 뉴타운 열풍이 불지 않았나. 거의 1000여 군데 넘게 지정돼 서울시가 아수라장이 됐다. 내가 취임해 가장 어려웠던 과제가 이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개발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찬성하고, 평생 집 한 채 구입해 월세로 먹고 살거나 전세 사는 많은 사람은 반대했다. 어딜 가든 찬성과 반대 시위로 혼란스럽고 분란이 많았다. 지금은 이런 혼란이 거의 사라졌다. 시를 다시 난장판으로 만들 수는 없다. 토건을 다 무시하는 건 아니다. 시민의 편의를 위한 SOC(사회간접자본)나 각종 인프라는 항상 중시하고 있다. 런던인프라 2050을 벤치마킹해 서울인프라 2030(2030년까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불필요한 토건사업이 너무 많아 재정이 소모된 부분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고려 없는 올림픽대로 지하화 주장엔 반대”

집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디지털 대형스크린은 박원순 시장이 내세우는 서울시 혁신의 상징물이다. 5월 11일 시청을 방문한 왕샤오펑 베이징 서성구 구청장에게 ‘디지털 시장실’을 소개하고 있다. 왕샤오펑 구청장의 방문은 지난 3월 서울시를 방문해 ‘디지털 시장실’을 보고 간 천지닝 베이징 시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집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디지털 대형스크린은 박원순 시장이 내세우는 서울시 혁신의 상징물이다. 5월 11일 시청을 방문한 왕샤오펑 베이징 서성구 구청장에게 ‘디지털 시장실’을 소개하고 있다. 왕샤오펑 구청장의 방문은 지난 3월 서울시를 방문해 ‘디지털 시장실’을 보고 간 천지닝 베이징 시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김문수 후보의 대표적 토건 공약 중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교통지옥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묻고 싶다. 통행료를 받아야 하는 민자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과거 강남 도시고속화도로 공사를 하는 데만 시 예산이 연간 5000억원씩 들어갔다. 이미 서울시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서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제물포터널 등 공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단계에 있는 사업들이 있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사업을 벌일 때 예산과 연동해서 고민해야 답이 나온다. 김 후보의 공약은 우선 순위이거나 선택지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핵심 시정 중 하나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어떻게 다른가?
“도시재생은 세계사적 흐름과 함께하는 비전 사업이다. 기존 도시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 쓰는 것이 아니라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 도시재생의 철학이다. 서울은 200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 도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제강점기 이후 국가적 혼란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울의 역사성, 정체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개발돼 왔다. 삼국시대 백제는 한때 이곳을 도읍으로 했고, 고려 때는 남경이었다. 조선 600년은 말할 것도 없다. 근대사의 영광과 비극 주인공들의 흔적이 다 서울에 있지 않나. 이런 역사적 자산을 발굴·보존하고 유지해 왔어야 했다. 이런 것들을 다시 복원하고 활용해 서울의 정체성을 잘 살리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그런 면에서 가끔 30~50년 전에 시장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서울시는 130여 개의 재생사업을 벌이고 있고 그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 중앙정부가 이를 이어받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하고 있고 전국적 사업으로 확대됐다.”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로 ‘서울로 7017’이 있다. 세금을 낭비한 보여 주기식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5월 20일이면 꼭 1년이 된다. 그동안 1000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갔다. 많은 시민이 사랑하는 장소가 됐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런던이 실패한 것을 서울은 어떻게 성공했나’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서울로 7017을 호평한 바 있다. 런던의 가든브리지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을 비교한 기사였다. [가디언]은 서울로 7017이 철도와 도로로 끊긴 공간을 잇고 재건하는 역할을 한다며 높게 평가했다. 도시재생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과 확장이다. 이를 통해 인근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얼마 전에는 싱가포르에서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다. 도쿄·함부르크와 같은 세계적 도시와 경쟁한 결과다. 서울로 7017을 비롯한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마포 문화비축기지, 세운상가 재생 등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 덕분이었다. 경쟁하는 입장에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 제대로 연구해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사흘 동안 대중교통 무료 시행으로 150억원의 예산을 들인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근본적인 대책은 뭔가?
“미세먼지 원인으로 일단 중국의 요인이 55% 정도로 파악됐다. 37%는 자동차나 공사장 건설 중장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다. 국내적 요인으로 가장 큰 배기가스를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무료 승차를 통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은 마중물 사업이자 비상저감 조치였다. 강제 2부제나 차량 친환경 등급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같은 조치들이 있을 수 있다. 이 중에는 중앙정부가 법을 만들어야 시행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또 해외 도시와 연대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미 베이징, 상하이 등 13개 도시와 동북아 도시 대기질 개선협의체를 만들어 목표량을 정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 이 밖에 보행친화 도시나 자전거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 녹색면적을 강화하기 위해 1200만 그루의 나무 심기 등은 당장 미세먼지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해 꾸준히 추진했다. 미세먼지는 서울시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서울시를 둘러싸고 있지 않나. 최근 통계를 보면 경기도보다 서울시가 오히려 미세먼지 수치가 낮게 나온다. 호흡공동체라는 관점에서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연대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울시장 혼자서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 얘기다.”

“표를 얻는 것은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 생각”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안철수 후보는 공기정화 장치 일환으로 한국형 스모그프리타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어떻게 보나?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지 다양하게 검토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 많다는 점이다. 스모그프리타워 역시 중국에서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검증은 안 됐다. 충분히 검토해 보고 좋은 제안이라면 할 수도 있는데 검증이 먼저 아니겠나.”
최근 남북,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해 경평축구 부활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가능할까?
“중앙정부가 큰 길을 뚫고 나가면 지방정부와 민간은 그 길을 채워가는 삼두마차론을 얘기해 왔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합의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시장에 당선되면 이전에 우리가 준비한 서울·평양 도시협력 3대 분야 10대 과제(2016년 11월 발표한 것으로 대동강 수질 개선, 평양 상하수도 개선을 위한 남북합작 수도공사 설립, 평양 애니메이션 산업단지 조성, 평양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지원 등 제안)를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경평축구 부활과 100주년 전국체전 공동 개최도 북측과 논의할 생각이다.”
평양 방문도 추진하나?
“당선되면 빠른 시간 내에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 이미 지난번 이선권 조평통위원장이 특사단으로 방문했을 때 얘기를 나눈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이 위원장은 ‘박 시장님은 늘 초청돼 있는 사람입니다. 언제든지 오시라’고 하더라. 중앙정부 협조를 받아 꼭 평양을 방문해 서울과 평양의 협력 사업을 적극 논의하려 한다.”
서울시를 특정 외부 세력이 좌지우지하면서 기존 공무원들이 소외감, 박탈감을 느낀다는 비판도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외부 인사들이 시에 많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개방직을 10%까지 확대하고 시민사회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가령 교수를 총괄책임자인 MP(Master Planner)로 영입해 한 프로젝트를 맡기기도 했다. 물론 나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부의 비전이나 전문성이 인풋(input)돼야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의 혁신은 우수한 공무원과 외부의 전문가가 함께해 조화로운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외부 인재를 활용하지 않고 어떻게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현 정부 들어 특히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 출신이 중앙정부를 비롯해 중요한 자리에 너무 많이 포진해 있다 보니 나오는 비판 아닐까?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를 봐도 지문 자격을 갖춘 NGO 단체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참여연대나 경실련 등 여러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들은 문제 제기자로서 우리 사회에 어젠다를 제시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업이나 학술 전문 단체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기관이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세계적 트렌드다.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하고 협력해 미래의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 아닐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상대 후보들에 비해 상당한 격차로 앞서가고 있다. 여유 있는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여론조사에서 앞서간다고 해서 이번 선거를 쉽게 보지는 않는다. 또 선거운동이라는 것이 캠페인 기간에만 집중해서 한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외쳐도 평소 후보의 진정성을 시민이 알아봐 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표를 얻는 것은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은 위대한 존재다. 그렇게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내게 ‘큰 것 좀 하지 왜 만날 작은 것만 하느냐’고 비판하면서 ‘박 시장이 아니라 박 주임, 박 과장’이라는 비판을 많이 하더라. 나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민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그들의 어려움, 고통, 소망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면서 어젠다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해왔다. 그 과정을 시민들이 다 지켜봐 주셨다고 생각한다.”

-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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