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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북미회담 취소, 청와대 TV 보고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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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ㆍ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과 관련해 아무런 사전 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미국의 언론 발표와 거의 동시에 정부에 (회담 취소) 통보가 왔다”며 “다만 백악관의 통보가 주미 대사관을 통해 왔기 때문에 청와대에 전달되는 데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악관 관계자가 조윤제 주미 대사에게 ‘취소 서한’ 내용을 통보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빨리 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함께 전달됐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경제 관련 법안에 서명한 뒤 북한에 대한 경고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경제 관련 법안에 서명한 뒤 북한에 대한 경고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백악관의 통보가 조 대사에게 전달된 때는 이미 언론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조 대사를 통해 전달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언론 발표와 거의 동시에 청와대에 보고됐고, 상당수 청와대 관계자들은 외신 뉴스를 통해 회담 취소 사실을 먼저 알게 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24일 자정에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북ㆍ미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다”고 한 것도 이처럼 미국의 사전 통보가 일절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NBC와 CNN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현지 시간 24일 오전 9시43분에 북한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10시 43분으로, 언론 발표 7분 전이다.

청와대는 25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회의 이후 15시간 만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회의가 끝난 뒤 “상임위 위원들은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북ㆍ미 정상 간의 직접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어 “정부가 4ㆍ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이 북ㆍ미 관계 개선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5일 0시부터 한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5일 0시부터 한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분(북ㆍ미 정상)간의 직접적 소통 자체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회담 취소 발표 이후 진행되고 있는 백악관과의 구체적 접촉 방식과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정의용 실장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의 라인이 가동됐는지에 대해 “여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북한과의 접촉에 대해서도 “(남북 정상) 핫라인 통화는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남북고위급 회담 재개와 관련) 여러 가지 노력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ㆍ미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 “실낱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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