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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풍계리 갱도 입구만 폭파했을 가능성 높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영상을 본 핵 전문가들은 “갱도 입구만 폭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풍계리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풍계리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참관한 남측 취재진은 25일 오전 관련 영상을 남측에 송신했다. 5분 29초 길이의 영상엔 2ㆍ4ㆍ3번 갱도를 차례대로 폭파하는 모습과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폭파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영상만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영상에서 기껏 확인할 수 있는 건 폭음과 폭발할 때 나는 불빛 정도인데 폭음은 소리가 맑지 않고 영상이 끊어져 있어 확인이 힘들고 폭염도 낮에 폭파를 하다 보니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며 “(폭파가 잘 됐는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게 영상엔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사실 전문가가 폭파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폭파했는지 알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전문가 없는 폭파 행사는 쇼(show)’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풍계리에 취재진만 초대했다.

향후 북한의 협조가 있을 경우 이번 갱도 폭파가 완전한 폐기인지, 과거 어떤 핵실험을 했는지 사후에 평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무너진 갱도에) 샛길 터널을 파서 검증을 할 수도 있고,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 시추를 통해 시료 채취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갱도 전체가 아닌 입구만 폭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영상에도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찍은 갱도 입구 폭파 장면만 담겼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책임연구원은 “이번엔 갱도 입구와 부대시설을 폭파했다는 정도지 갱도 안쪽을 폭파할 방법은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는 “6차 핵실험의 경우 위력이 60㏏이 넘었는데 2번 갱도는 이 정도도 버텼다. 이 정도 규모면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 5만t 정도인데 그런 규모의 TNT를 북한이 이번에 썼을리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24일 핵실험장 폭파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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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 안쪽이 폭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더라도 복원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은 “갱도 내에 공동(空洞)이 있으면 복원할 수는 있지만, 굳이 새로 갱도를 뚫어도 되는데 복원하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다”면서도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를 지금 판단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파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 정도”라며 의미를 과장도 축소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진수 전 책임연구원은 “핵무기를 없애는 게 핵심이지 핵실험장 폐기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이번 폭파 행사는 북한이 ‘우리가 핵을 폐기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이며, 이를 통해 ‘미국과 얘기를 앞으로 해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황용수 박사도 “북한이 나름대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정도지 큰 의미를 둘 순 없다”고 말했다.

윤성민ㆍ유지혜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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