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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측정기 빼앗고는···北 "갱도 앞 개울물 마셔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가 갱도 폭파에 앞서 무선 교신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가 갱도 폭파에 앞서 무선 교신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한 ‘핵도발의 본진’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세 곳이 최초로 국제 기자단에 공개됐다.

한·미·중·러·영 기자 30여명은 24일 오전 8시19분 풍계리 핵실험장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 1300m 이상으로, 수목이 울창했고 기온이 섭씨 10도가 넘는데도 그늘진 곳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던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먼저 폭파 절차 등을 설명했다. 갱도의 위치 등이 표시된 안내판을 동원해 약 30분에 걸쳐 구체적인 구조와 취재 순서 등을 상세히 사전 브리핑했다.

이날 공동취재단에 공개된 갱도는 네 곳 중 2, 3, 4번 갱도였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뒤 무너져 이미 폐기됐다. 세 갱도 중 3번과 4번 갱도는 정보당국도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존재를 추정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재하다”고 밝힌 두 갱도가 3번과 4번이다.

강 부소장은 “3번 갱도는 두개의 가지 갱도로 돼 있는데, 핵시험들을 일시에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갱도”라며 “4번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놨던 갱도”라고 설명했다. 또 “준비갱도들인 3번과 4번 갱도는 이미 진행된 핵실험들에 의해 자그마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이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2번 갱도(북쪽 갱도)였다. 북한이 2차~6차에 걸쳐 다섯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한 곳이다. 아치형 철문을 열자 바닥에 자갈이 깔려 있었다. 갱도 폭은 2m, 높이는 2.5m였다. 입구에서 2m 정도 되는 지점에 폭약이 설치돼 있었고, 5m 지점부터는 막혀 있었다. 핵연구소 관계자는 “원래 뚫려 있었는데 (폭파를 위해)막았다”고 설명했다. 더 안쪽은 확인할 수 없었다.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4번 갱도 폭파 전 내부모습. 4번갱도는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은 갱도로 가장 큰 규모의 핵실험을 위해 건설했다. 북한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3개 갱도와 지휘소 시설 등을 폭파했다.[사진공동취재단]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4번 갱도 폭파 전 내부모습. 4번갱도는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은 갱도로 가장 큰 규모의 핵실험을 위해 건설했다. 북한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3개 갱도와 지휘소 시설 등을 폭파했다.[사진공동취재단]

기자단은 곧이어 인접한 4번 갱도(서쪽 갱도)로 이동했다. 문이 목재로 돼 있었고, 벽과 천장까지 모두 통나무였다. 폭약선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쳐져 있었다. 입구로부터 20m 되는 지점부터는 역시 막혀 있었다.

오전에 2번 갱도 폭파를 참관한 뒤 기자단은 오후에는 3번 갱도를 둘러봤다. 3번 갱도는 얇은 철문에 내부는 콘크리트로 돼 있었다. 콘크리트 벽 두께는 약 20cm 정도였다. 기자단이 관람석으로 이동한 뒤 4번 갱도와 3번 갱도가 순서대로 폭파됐고, 강 부소장이 이를 확인하는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현장에서 낭독하며 폐기 행사가 마무리됐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측 관계자들은 행사 내내 방사능 누출이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단에 방호복 없이 안전모만 지급했고, 방사능 누출 여부나 관련 조치에 대해 물어도 북측 관계자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만 했다. 3번 갱도 앞에 있는 개울을 지날 때 조선중앙 TV 기자는 “한번 마셔보라. 파는 신덕 샘물의 PH가 7.4인데 이 물은 PH 7.15로 더 마시기가 좋다. 방사능 오염이 없다”며 권하기도 했다. 기자단이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던 중 제비를 발견하고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다던데”라고 말하자 북측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이야기다.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이 근처에)엄청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풍계리=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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