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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취소 직전 문천에서 현지지도 한 김정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다음 달 12일)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북한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현장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강원도 고암과 답촌을 연결하는 철길을 찾았다”며 12장의 사진을 곁들여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철길은 수산물 수송을 위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강원도 문천시(원산 인근)의 해안가에 건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문산시의 해안 철도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문산시의 해안 철도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그의 이번 현지지도가 눈길을 끄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 발표 직후라는 점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의 공개 여부는 북한의 선전술 중 하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ㆍ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이 밤늦게 나와 반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북ㆍ미 회담과 상관없이 대내 분위기는 안정돼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현지지도 날짜를 밝히지 않았는데, 통상 그의 현지지도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됐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24일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문산시의 해안 철도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문산시의 해안 철도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이날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 담당 부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김정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함북 풍계리에선 핵실험장 폐쇄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한 날이기도 하다. 특히 문천시는 김정은이 정국 구상을 위해 찾곤 했던 원산과 접해 있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구상하던 중 이곳을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이 110일 만에 민생 현장을 찾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모두 31차례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중 남북정상회담이나 중국 방문 등 한국과 중국 관계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접견 등 대외 관련 활동이 대부분이다. 예년에는 공개활동의 40~50% 가량을 민생 경제 챙기기에 할애했다. 올해는 이번까지 공개된 건 6차례가 전부다. 그나마 경제현장 방문은 1월과 2월에 집중됐고, 2월 4일 평양 무궤도 전차 시운전 참관이 경제 분야 현지지도의 마지막이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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