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영태, 일곱달만에 다시 구속…"최순실 비리에 관여"

중앙일보

입력

25일 자신의 선고를 듣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고영태씨. 고씨는 이날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25일 자신의 선고를 듣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고영태씨. 고씨는 이날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주문. 피고인 고영태를 징역 1년에 처한다. 오늘 고영태에 대한 보석을 취소한다."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에는 정적이 흘렀다. 고씨는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지만 여섯달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이날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3주 전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고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하긴 했지만 고씨는 다시 구속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듯 붉어진 얼굴로 두 눈만 껌뻑였다. 고씨는 들어온 문으로 나가지 못하고 교도관들 손에 이끌려 구속된 이들이 드나드는 문으로 나갔다.

고씨의 1심을 맡아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 조의연)는 고씨가 "비선실세이던 최서원의 관세청 인사 개입에 관여하면서 지인을 통해 추천하고 실제 인천본부세관장이 되도록 하고 알선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간인물임을 잘 알면서 세관장 후보를 추천해 인사가 이뤄지게 도왔고 이후 인사청탁 대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죄질이 무겁다"는 점과 "청탁 내용이나 결과에 비해 수수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1년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고영태씨. 아직 자신의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이었다. [중앙포토]

지난해 2월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고영태씨. 아직 자신의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이었다. [중앙포토]

고씨는 인천본부세관에서 일하는 사무관 이모씨로부터 2200만원을 받고 인천본부세관장 자리에 김대섭씨를 앉혀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알선의 대상이 된 공무원 직무가 1급 세관장이고, 고씨의 알선이 공직 인사에 영향을 미쳐 청탁 내용이 실현됐다"고 봤다. 받았다는 2200만원에 대해서는 추징을 선고했다.

고씨는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지인에게 8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와 불법 인터넷 경마도박사이트를 공동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도 받았지만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고씨는 이날 오후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 사건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법정에서 구속되면서 증인신문은 다른 날로 미뤄졌다.

고씨는 지난 4일 마지막 재판서 "최순실씨를 알게 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방과 옷을 만들긴 했지만, 최씨를 등에 업고 이권을 얻으려고 한 적은 없다. 왜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재판을 받는지 억울하다"면서 "용기를 내 내부고발을 감행했는데 검찰이 나를 구속한 것은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씨와 검찰의 진실공방은 항소심에서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