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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 하면 초대형 이슈에 묻히는 '손학규 징크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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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징크스'를 담은 영화 '광복절 특사' 패러디 포스터

'손학규 징크스'를 담은 영화 '광복절 특사' 패러디 포스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에게는 오랜 징크스가 하나 있다. 정치적으로 큰 결단을 할 때마다 더 큰 이슈로 덮여버린다는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다.

손 위원장이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결심했던 지난 24일,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터지면서 ‘손학규 징크스’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손 위원장이 2006년 10월 9일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해 기자회견을 한 날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100일 만에 대중 앞에 선 손 위원장 얘기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100일 민심대장정'을 마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06년 10월 9일 서울역에 도착,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100일 민심대장정'을 마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06년 10월 9일 서울역에 도착,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 결단을 내린 날은 공교롭게도 한ㆍ미 FTA 체결일이었고, 2010년 11월 정권의 민간인 사찰 특검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다음 날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정계은퇴 선언 후 칩거했던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2년 만에 하산하던 날인 2016년 10월 20일,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16년 10월 20일 국회에서 2년 3개월간의 칩거 생활을 접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16년 10월 20일 국회에서 2년 3개월간의 칩거 생활을 접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2017년 2월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날은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날과 겹친다.

지난해 대선 뒤 미국으로 떠났다가 귀국한 12월 21일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17년 2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입당식에서 국민의당 점퍼를 입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17년 2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입당식에서 국민의당 점퍼를 입고 있다. [뉴시스]

손 위원장 스스로도 ‘손학규 징크스’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국민의당 대선 경선 때 영화 ‘광복절 특사’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활용했는데, 당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손학규가 결단하는 날엔 무언가가 터지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란 자조적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한편, 손 위원장은 송파을 재선거 출마 결심 하루 만인 25일 다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손 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여러 사람의 간곡한 요청으로 당과 지방선거를 살리기 위해 송파을 선거에 나설 뜻을 밝혔었다”며 “그러나 당이 겉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 위기로 치닫고 있어 송파을 재선거 출마 생각을 접는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송파을 지역에 여론조사 경선 1위를 한 박종진 예비후보 공천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유승민 공동대표와,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격하게 충돌하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손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 예비후보 공천을 의결했다.

손 위원장이 출마 결단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기자회견을 25일 열자 정치권에서는 “취소된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는 일 같은 대형 이슈가 오늘 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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