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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최선희 ‘얼뜨기’ 발언 접한 트럼프 격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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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을 취소했다'는 제목의 24일 CNN 톱 기사.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을 취소했다'는 제목의 24일 CNN 톱 기사.

 미국 주요 언론이 24일(현지시간)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특히 미 언론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공개 비난한 것을 회담 취소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서한 원문을 소개한 CNN은 “세기의 담판 계획이 폐기됐다. 지난 수개월 간 진행돼온 북미 간의 진전된 외교의 종말”이라며 “'데탕트(긴장 완화)의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24일 최 부상이 펜스 부통령에게 “얼뜨기”라고 비난한 사실을 언급한 CNN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 부상의 발언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이 성명에 격노했으며(infuriated). 이에 단호하게(forcefully) 대응하길 원했다”며 “펜스 부통령에 대한 구체적이며 개인적인 비난이 미 관료들을 짜증나게 했다”고 전했다.

 미 공영 라디오 NPR 역시 최선희 부상이 “미국에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를 쏟아낸 뒤 북·미 회담이 취소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 소식 직후 ‘역사상 슬픈 순간’이란 톱 제목의 기사를 걸었던 보수 성향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지속” 발언이 전해지자 ‘당근과 채찍’으로 제목을 바꿨다.

 폭스뉴스는 “김정은이 건설적으로 약속한다면 여전히 회담의 기회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도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성 발언도 비중있게 전했다.

북한이 지난 24일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북한은 이날 핵실험을 위해 기존에 굴착한 갱도 3곳(2~4번 갱도)을 붕괴시키고, 핵실험장의 지원 시설과 관측소(원 안)를 폭파했다. 북한이 초청한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기자단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사진은 상업용 인공위성인 디지털 글로브에서 촬영한 폭파 전날(23일)의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4일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북한은 이날 핵실험을 위해 기존에 굴착한 갱도 3곳(2~4번 갱도)을 붕괴시키고, 핵실험장의 지원 시설과 관측소(원 안)를 폭파했다. 북한이 초청한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기자단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사진은 상업용 인공위성인 디지털 글로브에서 촬영한 폭파 전날(23일)의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또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이 폐기된 날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사실을 조명했다. NYT는 “이 뉴스가 아시아 지역에 실망으로 다가갔을 것”이라며 “이제 모두들 북한이 어떤 움직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역내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며, 재팬 패싱을 우려한 일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NYT는 “김정은이 그동안 중단했던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게 되면 동북아 지역은 다시 일촉즉발의 격랑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서한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여지’를 남긴 점을 주목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라’고 한 대목이 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표현한 주화가 쪼개지는 모습을 표현한 NBC의 뉴스 그래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표현한 주화가 쪼개지는 모습을 표현한 NBC의 뉴스 그래픽.

 NBC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모습이 새겨진 주화가 쪼개진 그래픽을 뉴스 헤드라인에 내걸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끝으로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C)에서 탈퇴한 뒤 불과 2주 만에 회담 무산 소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다. 그러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금값이 올라간다”며 시장에 대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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