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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갱도부터 시작 … 3·4번갱도·관측소·군막사 연쇄 폭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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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며 터져나온 굉음은 오전 11시 시작됐다. 2번 갱도(북쪽) 폭파부터였다. 2번 갱도는 2∼6차 핵실험에 사용한 갱도다. 현지의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11시가 되기 직전 “촬영 준비됐나”라고 물었다. 기자들이 “준비됐다”고 하자 “3, 2, 1”을 셌다. 이어 귀청을 울리는 “꽝” 소리가 울렸다.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 흙더미와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 입구 쪽에서 첫 폭음이 들린 후 더 안쪽으로 들어간 듯한 곳에서 두 번 정도 폭음이 계속됐다. 15초 뒤엔 관측소가 폭파됐다. 폭발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짙은 연기가 계곡을 뒤덮었다. 연기가 걷히자 산산조각이 된 관측소 파편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취재단, 인터넷 없어 전화로 송고 #“오늘 아침 원산 복귀 후 영상 송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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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17분에는 4번 갱도(서쪽)와 단야장(금속을 벼리는 곳)이, 오후 2시45분엔 생활건물 등 5개 관련 시설이 폭파됐다. 오후 4시2분엔 3번 갱도(남쪽)와 관측소, 오후 4시17분엔 남아 있던 2개 동의 막사가 무너졌다. 3, 4번 갱도는 아직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던 곳으로 이 갱도의 완전 폐기 여부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주목했다.

영국 방송인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갔고 500m 떨어진 곳에서 폭파를 지켜봤다. 거대한 폭발이었고, 느낄 수 있었다. 먼지가 날아왔고 열기도 느껴졌다. 정말 큰 소리의 폭발이었다”고 전했다. 체셔는 폭파에 앞서 “연구소 관계자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전례없이 상세하게 브리핑했다”며 “핵무기를 다섯 번 실험한 북측 갱도(2번)도 보여줬는데 입구에 연극 무대장치처럼 여기저기 전선이 걸려 있었다”고 묘사했다.

한국 등 5개국 취재진은 인터넷 장비를 소지하지 못해 주요 갱도의 폭파 시간과 상황 등을 전화를 통해 구두로 짧게, 짧게 전했다. 취재진이 기차를 타고 원산 갈마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까지 돌아와야 사진·영상과 기사 송고가 가능하다. 한국 공동취재단은 이날 “내일(25일) 아침 6~7시쯤 원산역 도착을 예상한다”며 “직후 10분 거리 내에 있는 갈마호텔로 가서 폭파 관련 영상을 송출하겠다”고 알려왔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7시쯤 전용열차로 원산을 출발한 한국 공동취재단은 24일 오후까지도 연락이 끊겼다. 현장의 한국 취재단이 핵폐기장 폭파 소식을 알려온 것은 24일 오후 7시16분이었다.

이날 오후 9시를 넘겨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성명을 냈다.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붕괴)시키고 갱도 입구들을 완전히 페쇄하는 동시에 현지에 있던 일부 경비시설들과 관측소들을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폐기가) 진행됐다”며 “방사성 물질 유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2개 갱도(3·4번)들이 위력이 큰 지하 핵실험들을 원만히 진행할수 있는 이용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내 기자들과 국제기자단 성원들에 의하여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북측이 기자들을 3개의 갱도에 접근시켰다”며 “갱도 문을 열고 내부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기자단을 갱도 안에까지 데리고 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기자들은 갱도 내 약 35m 지점에 ‘축구공’만 한 크기의 폭탄이 설치된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북한의 폭파를 놓고 군 당국은 이날 오후 “풍계리 일대에서 일부 변화가 감지돼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밝혔다.

박유미 기자, 풍계리=공동취재단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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