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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55세이브? 그럼 정우람이 끝판대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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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 강속구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뉴시스]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 강속구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뉴시스]

“50세이브를 하라고요? 하하하.”

2승 18세이브 … 경기당 0.38세이브 #오승환의 47세이브 기록 경신하나

프로야구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33)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0세이브가 불가능한가. 정우람은 23일까지 2승 18세이브다. 평균자책점은 0.82. 세이브 2위 정찬헌(LG·10세이브)에 크게 앞선 1위다. 경기 당 0.38세이브, 산술적으로는 55세이브가 가능하다. KBO리그에서 50세이브는 전인미답이다. 역대 최고 마무리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최다 기록이 2006, 2011년의 47세이브다. 물론 KBO리그 최다기록이다.

정우람이 50세이브를 한다면, 오승환도 못해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정우람의 최다 기록은 2012년 30세이브(당시 SK). 한화 중간계투인 서균(26)이 “우람이 형은 꼭 50세이브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우람은 어이없는 소리라는 듯 웃었다. 정우람은 “세이브는 몇 개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상황이 갖춰져야 하고, 거기서 잘 던져야 한다. 그래서 (세이브는) 목표 기록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이브는 팀이 3점 이내 점수 차로 이기는 상황에서 1회 이상 던지거나, 점수 차에 상관없이 3회 이상을 던져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킬 때 얻는다. 또 주자와 타자, 그리고 그다음 타자까지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지켜내는 투수에게도 주어진다. 조건이 꽤 복잡하다.

정우람이 요즘 유난히 기쁜 건 한화 팬들 칭찬 때문이다. 정우람은 “내가 9회에 마운드에 올라가면 팬들이 ‘편안하다’‘안 봐도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마무리를 잘할 수 있는 건 앞에 나온 후배 투수들이 잘 버텨준 덕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화 불펜은 올 시즌 최강이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10개 팀 중 유일하게 3점대다.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을 얻은 서균은 지난 22일 두산전에서 처음으로 실점해 평균자책점 0이 깨졌다. 그래도 여전히 0.59로 놀랍다. 안영명·송은범·박상원 등도 평균자책점 1~2점대다. 불펜의 선전 덕분에 정우람에게는 여유가 생겼다. 1이닝만 책임지면 되고, 무리한 연투도 피할 수 있다. 8~10일 넥센 3연전에서 모두 나왔지만, 경기당 11~21개 정도만 던졌다. 이 세 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정우람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0㎞를 조금 넘는다. 대신 정교한 제구로 타자를 압도한다. 자신도 “구속이 크게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우람 공의 체감 속도는 시속 150㎞는 된다. 자신 있게 세밀하게 던지기 때문에 더 어려운 공”이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정우람은 가을야구를 꿈꾼다. 한화는 2007년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2016년 FA(자유계약선수)로 SK에서 한화로 이적한 그는, 무너진 한화를 일으켜 세울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화는 2016년 7위, 2017년 8위에 머물렀다. 정우람은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로 요즘 분위기가 제일 좋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잘 버틴다면 가을에도 야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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