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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달러대로 떨어진 금값 ‘들어갈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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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유가도 뛰고, 니켈과 구릿값도 오르는데 나 홀로 풀 죽은 원자재가 있다. 금 얘기다.

미 달러 강세, 안전자산 회피 영향 #단기 하락, 장기 상승 전망에 #외국인·기관은 국내 금 순매수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회사 텐포어 집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국제시장에서 금은 온스(31.1g)당 1290.52달러에 거래됐다. 한 달 전(1333.64달러)과 비교해 3.2% 떨어졌다.

국내 금 시세도 마찬가지다. 이날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g당 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개월 전 4만5980원에서 2.1% 값이 내렸다.

금은 위기 속에 빛을 발하는 자산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거나 전쟁 위험이 불거지면 여지없이 몸값이 오르는 ‘대표급’ 안전 자산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9월 온스당 190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전례가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 시세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최근 국제 정세의 영향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미·중 무역 전쟁은 두 차례에 걸친 양국 협상 끝에 한고비를 넘겼다.

무엇보다 금 시장을 식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강한 달러’다. 미국 달러화와 금 가격은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 국제 시장에서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로 환산한 금 가격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살아나는 미국 경기, 덩달아 오르는 물가, 이로 인해 본격화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움직임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이 하락했다.

금 펀드 수익률도 바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통계를 보면 금 관련 펀드의 최근 1년(24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4.75%다. 1개월(-3.24%), 3개월(-2.25%), 6개월(-3.84%)로 잡아봐도 손실을 기록 중이다.

최근 금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12월(일평균 38.8㎏)부터 올해 3월(14.5㎏)까지 급감했던 금 거래량이 넉 달 만인 4월(15.6㎏) 소폭 증가했다.

올 1~4월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100.7㎏ 금을 팔았지만(순매도), 외국인과 기관은 156.7㎏을 도리어 샀다(순매수). 금 가격 회복 기대, 원화 환차익 수요로 인해 외국인·기관의 국내 금 투자가 늘었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강달러 기조가 약화하면서 중장기에 걸쳐 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환기 대신증권 평촌지점장은 “금 가격 안정세의 원인인 달러 강세가 내년 이후까지 지속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1~2년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금 시세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상품이다.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부가가치세(현물 투자), 배당소득세(펀드 등 간접 투자) 같은 거래 비용 부담도 높은 편이다.

이승환 미래에셋대우 웰스매니저(WM)는 “금 선물 등 파생상품, 펀드 투자는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권하지 않고 대신 금 현물, 안정성 있는 대형 금·은 채굴기업 주식·펀드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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