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간중앙 총력특집] 트럼프 ‘깜짝 선물’의 필요충분조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판 마셜 플랜’ 등 포괄적 해법도 실무 라인에서 막히면 휴지 조각 돼… 비핵화 진정성 떨어지는 합의는 미국 내 여론주도층이 비토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미국 내 여론주도층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미국 내 여론주도층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내가 자살하고 말겠다(I will shoot myself if it doesn’t happen)."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함정’ 피해 갈 묘안 있나

2007년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북한 관리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이때는 북한이 영변에 있는 모든 핵 시설의 활동을 중단하고 폐쇄한다는 이른바 2·13 합의를 도출하기 직전이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합의문 초안을 두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나는 합의문에 서명 못 한다. 평양에 돈이 들어왔다는 확인이 되면 서명하겠다”고 버티고 나왔다. 불법 돈세탁 혐의를 받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북한 예금(2500만 달러)을 미국이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북한은 BDA가 송금했다는 사본을 팩스로 받아본 뒤에야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 안보전략비서관은 저서 [하드파워를 키워라]에서 밝혔다.

이 책에서 박 전 비서관은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BDA 문제는 아주 힘든 협상을 통해 해결됐다”고 돌이켰다. 이처럼 6자회담 대표들은 본안(本案)인 북핵 협상에 앞서 하위 개념인 BDA 송금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 전 비서관은 저서에서 이렇게 썼다. “송금했다는 팩스를 보고 김계관이 서명하고, 2·13 합의문을 발표한 뒤 본국으로 돌아갔다. 근데 송금이 안 된 것이다. 미국의 달러가 움직이려면 미 재무성의 허가가 있어야 했다. (미국) 연방준비기금에서 승인을 내줘야 저쪽 통장에 돈이 찍히는데 불법 BDA 문제를 해지한다는 (미국) 재무성의 발표가 없으니까 이 돈이 안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돈이 안 들어가니까 핵 사찰단이 들어갈 수 없고, 6자회담 날짜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돈이 들어가는 데 4개월이나 걸렸다.”

[하드파워를 키워라]를 보면 책 곳곳에서 BDA 문제를 풀기 위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 관료는 물론이고 미국·중국·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북핵 해결의 선결 조건인 BDA 문제 때문에 많은 이가 머리를 싸매야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핵 관련 사안들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다 얽혀 있어 하나라도 막히면 전체가 올스톱되는 구조에 가까웠다.

북한, 중국 경제발전 속도 따라잡을 수 있어

북·미 회담 장소 후보로 거론되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북·미 회담 장소 후보로 거론되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10여 년 전 6자회담의 주역이던 김계관 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빅마우스’로 등장했다. 그는 5월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맹비난하면서 “미국이 일방적 핵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나아가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세계평화 정착에 획을 긋는 사건으로 남기 위해서는 이런 유의 복잡한 앞뒤 절차가 착착 진행돼야 한다.

회담의 성과는 미국이 요구해 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의 주장인 ‘단계적 동시적 조치’ 사이에서 접점이 마련되느냐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겠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치는 북한 핵폐기 완료 시한을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안으로 당기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미국 대선을 고려한 타임 스케줄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일자가 6월 12일로 확정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장밋빛 청사진이 선을 보인다. 전쟁을 치른 두 나라의 첫 정상회담이라 다들 처음 보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주어질 희망찬 미래에 관한 약속이다. 미국이 체제 보장, 제재 완화, 경제 보상을 망라한 포괄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를테면 번영을 담보할 ‘북한판 마셜 플랜’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부흥에 적용했던 ‘마셜 플랜’ 같은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런 일정과 이행 계획에 동의한다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면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종전 선언, 북·미 관계 정상화, 경제제재 해제 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 비례하는 단계적 보상을 요구하겠지만 미국은 비핵화 완료 전에는 제재를 허물 의향이 없음을 누차 밝혀 왔다. 비핵화의 핵심 요소로 거론되는 핵무기·핵 물질의 해외 반출, 핵 인력의 해외 이주 등 이행 단계에 따라 북한이 미국에 중간정산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경제 부흥에 나선다면? 발전 속도가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전망했다. 임 전 장관은 5월 초 한 사석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방을 결심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고속 성장도 가능하다는 게 중국 전문가의 시각”이라고 소개했다.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원로 자문단장을 지낸 임 전 장관은 그간 대(對)언론 발언을 삼갔다. 언론 인터뷰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몫이라며 사양하곤 했다.

사석에서 함께한 한 성직자가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의 미래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고, 임 전 장관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비핵화 일괄타결을 강조해 온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 동시적 해결 방안과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트럼프는 장사꾼이고 협상에 능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가 쓴 [거래의 기술]을 보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판을 크게 흔들어 상대방을 결국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한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 스타일이다.”

"거래에서 이익 얻을 수 있다고 상대방 설득”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와 만난 닉슨 미국 대통령.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와 만난 닉슨 미국 대통령.

두 사람 회담이 유의미한 결론을 맺게 된다는 말인가?

“과거 북핵 문제를 다뤄본 미국의 한 전직 관료는 북한 비핵화 실행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설령 트럼프와 김정은이 회담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이행 과정에서 뒤탈이 생겨 결국 비핵화가 무산되리라는 예단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어도 미국의 국내법 절차나 의회 반대 등으로 대(對)북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임 전 장관은 이른바 ‘닉슨 효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 정상화를 가져온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미국 민주당 대통령들도 꾀했으나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닉슨은 어떻게 가능했나?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의원들을 설득하고 민주당의 협조를 받아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對)중국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절차들을 밟아 나갔다. 민주당 대통령은 못 하지만 공화당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던 게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였다. 그래서 ‘닉슨 효과’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 소속이다. 닉슨이 그랬듯이 트럼프도 북한의 체제안정 보장과 경제적 보상에 필요한 국내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가능한 그림이다.”

임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순항하게 될 경우 양국이 교환할 조치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컨대 북한이 이미 선언한 핵·미사일 실험 중지에 이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가입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북한 핵무기와 핵 물질의 해외 반출 및 해체 문제도 협상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검증을 놓고서도 양측은 딜을 모색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한반도에 배치된 전략자산의 철수, 핵 위협 중단 같은 반대급부를 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전격 재지정했다. 이에 앞서 미국 의회는 ‘미국의 적국에 대한 제재법’ 등을 발의,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관문이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를 설득,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의회 등 미국 내 여론이 극히 부정적으로 돌아간다면 필요한 국내 절차 진행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주요 의사결정 주체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설정하는 작업도 비핵화 이행의 중요한 포인트라 하겠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1~2년 내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전제라면, 미국도 반대급부를 제공하기 위한 물리적 준비에 미리 착수해야 한다. 설령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경제 제재가 계속되더라도 완료 시 제공받을 반대급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북·미 간 신뢰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회담이 성공하자면 상대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도 북·미 협상 결렬 시 대처 카드 마련해 둬야

2007년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쇄를 검증·감시하고자 평양에 도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일행. / 사진:연합뉴스

2007년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쇄를 검증·감시하고자 평양에 도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일행. / 사진:연합뉴스

이런 아이디어들이 현실화하는 데는 거쳐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북핵 관련 협상에 참여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포인트다. 앞서 언급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송금 건이 북핵 6자회담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북한은 2·13합의의 이행 조건으로 BDA 은행 북한 예금을 송금해 줘야 한다고 했고 미국도 수용했다. 당초 미국은 2005년 애국법에 따라 BD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다. BDA가 북한의 자금 세탁을 도왔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에 BDA는 대량 예금인출 사태를 막고자 보유 계좌를 전부 동결했고, 북한 돈도 함께 묶었던 것이다,

하지만 송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송금 방식을 놓고 북·미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을 불법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한번 지정한 이상 절대 해제해 줄 수 없다고 나왔다. 중국은 중국대로 마카오 소재 BDA은행이 불법 금융거래에 연루됐다는 인상을 줄까 봐 송금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바빠진 건 한국 정부다. 송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국은 물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국무부·재무부, 러시아 중앙은행까지 끌어들여 겨우 송금 문제를 매듭지었다. 이처럼 은행 예치 자금의 송금 문제조차 실무적으로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성사되는 실정이었다.

BDA은행 송금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 북핵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BDA은행 송금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 북핵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2005년에도 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 지원)도 BDA 문제로 질곡에 빠졌다. 미국 대통령이 재가한 9·19 공동성명이 나오던 날 미국은 재무부 관보에 북한을 돈세탁 국가로 지정해 버렸다. 당시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가져온 카타리나 태풍 피해 수습에 몰두하느라 충분한 검토 없이 재가했던 미국 정부가 재무부를 앞세워 이를 뒤집은 셈이다. 당시 BDA 문제는 미국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 문제인 까닭에 한국 정부도 중재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두 정상이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실무선에서 단계적 해결을 모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여기서 북·미 정상이 어떤 결과를 교환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그 절차를 이행하는 게 더 큰일일 수 있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 대화 내용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5월 7~8일 중국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미국은 비핵화를 끝내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과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중국이 중간 단계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보도됐다.

이 발언은 완전한 비핵화 달성 전에는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태도를 김 위원장이 탓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시 주석은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먼저’라는 전제로, “미국과 합의하고 비핵화에 구체적인 진전이 있으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대의명분이 생긴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은 전한다.

상황이 꼭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에서부터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여러 전문가는 전망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의회 및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접촉한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미국 여론주도층에서조차 북·미 정상회담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자체를 미더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경우 “북·미 회담이 결렬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비(非)협상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서로 명분을 세워주는 합의… 로드맵은 숙제가 될 것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기류가 워싱턴에 깔려 있었다고 김 의원은 덧붙였다. 김 의원은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에 비핵화 의제를 일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개진했다”며 “(북·미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에 대비해) 한국 정부가 보다 강력한 비전과 신념을 갖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권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담판 성과가 미국 의회나 주류 사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걸까? 북한 전문가이자 1990년대 이래 북·미 간 핵 현안 조율에 관여했던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도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이유로 인해 6·12 회담은 무조건 성공한 회담으로 주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추문 스캔들, 러시아 대선 개입 특검 소환 가능성 등 국내적 어려움을 북한 비핵화 성과를 통해 완화 내지 극복하려 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가뜩이나 대통령에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이 회담 성과를 공격하면 트럼프 또한 ‘가짜 뉴스’라고 반격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공화당 의원들이 비판 대열에 합류할 경우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 참패 등을 거치면서 힘을 못 쓰는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나아가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미국 의회와 여론 주도층이 거부하는 결과를 배제하지 못 한다”고도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북한 제재를 풀고자 해도 준비 절차가 안 따르거나 늦춰지면서 북·미 간 갈등 국면이 재현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박진 (사)한미협회장도 6·12 회담을 “실패할 수 없는 회동”에 비유하면서도 “결말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에도 반미주의에 투철한 군부 강경파가 존재하는 데다 어렵게 만든 핵무기를 비핵화하는 데 따르는 내부 혼란이 예상된다. 이를 무릅쓰고 정상회담에 나선 김 위원장은 ‘성공한 회담’이라는 성과물이 절실하다고 박 회장은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역대 미국 대통령 누구도 이루지 못한 비핵화라는 숙원을 푼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미 양측 실무자들은 고민이 많다.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비전 스테이트먼트(vision statement)에 합의하는 것”이라고 박 회장은 말한다. “즉 두 정상이 궁극의 목표인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합의한 것으로 결론짓고 서로 명분을 세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한을 설정하고 이행하는 로드맵은 남겨진 숙제가 될 것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