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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라인만 있는데 경제통 장하성 실장이 낀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 오찬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 끝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 오찬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 끝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가늠하는 22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에 경제통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 확대 정상회담에 참여한 양국 인사의 면면을 보면 장 실장은 도드라진다. 한국 측에선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정의용 실장과 남관표 2차장,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및 외교부의 강경화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가 배석했다. 모두 외교안보 라인이다.

미국 역시 비슷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거의 함께 나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제외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존 볼턴 보좌관, 매슈 포틴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한국 담당 보좌관 및 국무부의 수장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나왔다. 전원 외교안보 담당자다.

장 실장 동행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미국 측이 회담에서 한ㆍ미 무역 등 경제 현안 등을 거론할 경우에 대비한 카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한ㆍ미 무역 등을 꺼낼 경우를 고려한 배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22일 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한국과의 무역도 논의할 것”이라며 “한국과의 무역은 지금 재협상 중에 있고 아주 훌륭한 협상 상대국으로서 협상이 잘 진행 중이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무역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해 6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ㆍ미 양국 정상 간 상견례 및 만찬 때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6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ㆍ미 양국 정상 간 상견례 및 만찬 때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 실장은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처음 한ㆍ미 정상회담 때 수비수로 나선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마자 통상 문제를 제기하며 철강ㆍ자동차 분야의 무역 역조를 거론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에게 한ㆍ미 통상 불균형을 언급하도록 발언 기회까지 줬고, 미국 취재진은 이를 지면과 화면에 담았다.

취재진이 빠져나간 후 대응에 나섰던 이들 중 한 명이 장 실장이다. 장 실장이 유창한 영어로 반박 논리를 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장 실장이 발언을 시작하려 하자 “와튼 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말해 분위기가 풀어졌다는 일화도 있다. 장 실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와튼 스쿨을 졸업했다. 이처럼 외교안보통이 아닌 장 실장을 방미 수행원에 포함한 데는 트럼프의 예상 밖 무역 공세에 소방수로 나서달라는 뜻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다른 분석도 있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북한 제재가 일정 정도 해소되면 남북 경협 등이 주요 현안이 된다. 이를 조율할 청와대 내 정책 사령탑으로 장 실장이 함께했다는 것이다. 확대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질문이 나왔을 경우에 대비해 한국 정부의 진의를 설명하는 역할까지 장 실장이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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