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노총 간부와 한밤 설전을 벌였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오후 10시50분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을 나서며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다 작심한 듯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한밤 설전 #최저임금 산입범위 놓고 맞붙어 #민노총 “국회는 논의 멈춰라” #홍영표 “불합리한 것은 고쳐야” #민노총 “모든 노사정 회의 불참”
홍 원내대표는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향해 “누가 봐도 불합리한 건 고쳐야지 그냥 갈 수는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김 수석부위원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가 합의할 수 있다. 국회 논의를 멈춰 달라”며 반발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자 재계에서는 기본급과 직무수당 외 정기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도 산입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산입범위를 확대할 경우 실질 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든다며 반발해 왔다. 노사는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지만 3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논의는 국회로 넘어왔다. 노동계는 “4월 최저임금위가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만큼 다시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간 논의를 하겠다”며 국회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서다.
약 15분에 걸친 두 사람의 대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김경자=“노사가 중심이 돼 논의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건 최저임금위 임기가 만료돼서다.”
▶홍영표=“(최저임금위 위원의) 임기 갖고 뭐라 하지 마라. 국회에서 논의하도록 놔두는 게 낫다. (위원 임기 문제가 아니라) 양대 노총이 반대해서 그런 거 아니냐. 8개월 동안 끌어 놓고 이제 국회에서 하려고 하니까 또 시간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김경자=“(최저임금위로 넘겨 주면) 민주노총·한국노총·경총이 합의해 6월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끝낼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을 믿을 수 없다는 건 국회가 오만한 거다.”
▶홍영표=“내가 보기엔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을 모른다.”
두 사람의 설전은 곁에 있던 홍 원내대표 보좌관이 말리고서야 끝났다. 민주노총은 22일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발해 “앞으로 모든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대표적인 노동계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 11일 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20대 국회 환노위원장을 지냈다.
한편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22일 새벽까지 토론을 이어갔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24일 오후에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
하준호·권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