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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병 보궐선거, 민주당 압승일까, 그래도 다시 안철수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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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3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은 원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다. 안 후보가 2016년 대선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안 후보는 이 곳에서 재선을 했지만 실제 임기는 3년(2013~2016년) 밖에 안된다. 그래서인지 21~22일 방문한 현지에서 안 후보의 자취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김성환 노원병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 강연재 노원병 자유한국당 후보, 이준석 노원병 바른미래당 후보. [사진 김 후보 페이스북, 뉴스1, 이 후보 페이스북]

김성환 노원병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 강연재 노원병 자유한국당 후보, 이준석 노원병 바른미래당 후보. [사진 김 후보 페이스북, 뉴스1, 이 후보 페이스북]

 현재 노원병 보선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와 자유한국당 강연재 후보,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 민주평화당 김윤호 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반적인 서울의 선거판세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구청장 출신인 민주당 김 후보가 앞서 가는 분위기였다.

노원병 지역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상계중앙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유연배(68)씨는 “남북정상회담부터 그동안 잘해 온 정부에 박수를 쳐주는 게 맞지 않겠냐”며 “노원병은 뜨내기 정치인이 많았는데 김 후보는 여기서 구의원부터 시작해 구청장까지 한 뿌리를 박은 정치인이라 정이 간다”고 말했다. 이불가게를 하는 석관종(73)씨도 “노원병 여기는 민주당 텃밭”이라며 “김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지하철역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김 후보는 여당 후보로 창동차량기지 이전 등 굵직한 지역현안 해결에 강점이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김성환 후보 측 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지하철역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김 후보는 여당 후보로 창동차량기지 이전 등 굵직한 지역현안 해결에 강점이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김성환 후보 측 제공]

노원역에서 7호선 라인을 따라 양 옆으로 주공아파트 단지가 이어진다. 세대수만 2만 세대다.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 손을 잡고 지나가던 30,40대에게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대부분 “누가 후보로 나온지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후보 대신 여당이냐 야당이냐로 선택지를 좁히자 명확한 답이 돌아왔다. 수락산역 근처에서 만난 이재영(41)씨와 이수희(34)씨 부부도 “정책을 보고 뽑겠다”면서도 “마음은 여당에 기우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모차를 밀고 산책을 하던 이모(35)씨도 “이사 온 지 한달 밖에 안 돼 잘 모른다”면서도 “그래도 여당이 잘 하고 있으니 민주당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 강연재 후보가 1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공천장을 받고 있다. 늦게 선거에 뛰어든 강 후보는 지역의 교육ㆍ양육 문제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입장에 풀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뉴스1]

한국당 강연재 후보가 1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공천장을 받고 있다. 늦게 선거에 뛰어든 강 후보는 지역의 교육ㆍ양육 문제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입장에 풀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뉴스1]

그나마 이 후보와 강 후보가 기댈 곳은 정부ㆍ여당 견제론인듯 했다. 상계3동에 산다는 박모(66)씨는 “나는 보수쪽이라 강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정부ㆍ여당을 좀 견제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상계주공12단지에서 만난 김한길(32)씨도 “제일 큰 기준은 민주당을 견제할 곳이 어딘지 여부”라며 “안철수 지지자라 이 후보에게 조금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노원병 지역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39.7%의 표를 줬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28.8%)와 홍준표 후보(18.8%), 유승민 후보(5.9%) 등의 표를 더하면 50%가 넘는다. 하지만 중도ㆍ보수층의 결집은 쉽지 않아 보였다. 상계중앙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강운정(55)씨는 “원래 보수정당을 지지했는데 요즘 하는 거 보면 정이 뚝 떨어져 표를 줄 수 있겠냐”며 “만약 투표를 하러 간다면 그냥 민주당에 표를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당원이라는 허팔복(82)씨는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노원병 선거 때는 김 후보를 뽑을 것 같다”며 “구청장을 하며 지역에 여기저기 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이 후보는 주차 문제나 출퇴근 문제 등 지역현안에 밝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준석 후보 측 제공]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이 후보는 주차 문제나 출퇴근 문제 등 지역현안에 밝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준석 후보 측 제공]

노원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작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된 이는 2004년 17대 총선 때 임채정 열린우리당 후보 뿐이다. 이후 홍정욱(한나라당)→노회찬(통합진보당)→안철수(무소속ㆍ국민의당)이 당선됐다. 정당도 중요하지만 인물이나 바람을 많이 탄다는 이야기다. 주공아파트 15단지에 사는 김모(61)씨는 “여기는 정당보다는 인물이나 선거 때 부는 바람을 많이 타는 곳”이라며 “김 후보가 유리하다고 조용한 선거를 하려다가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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