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은 원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다. 안 후보가 2016년 대선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안 후보는 이 곳에서 재선을 했지만 실제 임기는 3년(2013~2016년) 밖에 안된다. 그래서인지 21~22일 방문한 현지에서 안 후보의 자취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 노원병 보선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와 자유한국당 강연재 후보,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 민주평화당 김윤호 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반적인 서울의 선거판세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구청장 출신인 민주당 김 후보가 앞서 가는 분위기였다.
노원병 지역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상계중앙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유연배(68)씨는 “남북정상회담부터 그동안 잘해 온 정부에 박수를 쳐주는 게 맞지 않겠냐”며 “노원병은 뜨내기 정치인이 많았는데 김 후보는 여기서 구의원부터 시작해 구청장까지 한 뿌리를 박은 정치인이라 정이 간다”고 말했다. 이불가게를 하는 석관종(73)씨도 “노원병 여기는 민주당 텃밭”이라며 “김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노원역에서 7호선 라인을 따라 양 옆으로 주공아파트 단지가 이어진다. 세대수만 2만 세대다.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 손을 잡고 지나가던 30,40대에게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대부분 “누가 후보로 나온지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후보 대신 여당이냐 야당이냐로 선택지를 좁히자 명확한 답이 돌아왔다. 수락산역 근처에서 만난 이재영(41)씨와 이수희(34)씨 부부도 “정책을 보고 뽑겠다”면서도 “마음은 여당에 기우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모차를 밀고 산책을 하던 이모(35)씨도 “이사 온 지 한달 밖에 안 돼 잘 모른다”면서도 “그래도 여당이 잘 하고 있으니 민주당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후보와 강 후보가 기댈 곳은 정부ㆍ여당 견제론인듯 했다. 상계3동에 산다는 박모(66)씨는 “나는 보수쪽이라 강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정부ㆍ여당을 좀 견제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상계주공12단지에서 만난 김한길(32)씨도 “제일 큰 기준은 민주당을 견제할 곳이 어딘지 여부”라며 “안철수 지지자라 이 후보에게 조금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노원병 지역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39.7%의 표를 줬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28.8%)와 홍준표 후보(18.8%), 유승민 후보(5.9%) 등의 표를 더하면 50%가 넘는다. 하지만 중도ㆍ보수층의 결집은 쉽지 않아 보였다. 상계중앙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강운정(55)씨는 “원래 보수정당을 지지했는데 요즘 하는 거 보면 정이 뚝 떨어져 표를 줄 수 있겠냐”며 “만약 투표를 하러 간다면 그냥 민주당에 표를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당원이라는 허팔복(82)씨는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노원병 선거 때는 김 후보를 뽑을 것 같다”며 “구청장을 하며 지역에 여기저기 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노원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작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된 이는 2004년 17대 총선 때 임채정 열린우리당 후보 뿐이다. 이후 홍정욱(한나라당)→노회찬(통합진보당)→안철수(무소속ㆍ국민의당)이 당선됐다. 정당도 중요하지만 인물이나 바람을 많이 탄다는 이야기다. 주공아파트 15단지에 사는 김모(61)씨는 “여기는 정당보다는 인물이나 선거 때 부는 바람을 많이 타는 곳”이라며 “김 후보가 유리하다고 조용한 선거를 하려다가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