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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루킹 ‘송민순 회고록’도 댓글 작업 3일 만에 문재인 비판 여론이 옹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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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이 실제로 ‘송민순 회고록’ 사건이 터졌을 때 댓글 작업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댓글이 3일 만에 우호적으로 바뀌었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루킹이 옥중 편지에서 “송민순 회고록 사건 때 회원들이 밤잠을 못 자고 10여 일을 손으로 댓글과 추천을 달아 사태를 막았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에 물어보고 인권결의안 기권” #회고록 내용, 문 후보에게 악재 #드루킹 옥중편지서 “밤새우며 작업”

송민순

송민순

중앙일보가 송민순(사진)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사건이 터진 시기를 전후해 네이버 주요 뉴스를 점검했더니 드루킹이 직접 댓글을 다는 등 실제 작업이 이뤄진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건이 터진 3일째인 10월 16일부터 관련 기사에 문재인 후보를 옹호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송 전 장관은 2016년 10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참여정부가 2007년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뒤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참여정부의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에게는 악재였다. 관련 기사에는 드루킹(아이디 tuna****)도 직접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된다. 10월 16일에 연합뉴스의 <김장수 “난 北 인권결의 찬성하자 해”… ‘송민순 회고록’ 반박> 기사에는 드루킹이 “대표적인 뒤통수 인사인 김장수까지 송민순 말을 부정했다. 송민순은 반기문 사람이다! 더러운 반기문의 공작질에 역겨움을 금할 수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회고록 논란을 겪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재직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자신의 의견서를 지난해 4월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신인섭 기자]

회고록 논란을 겪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재직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자신의 의견서를 지난해 4월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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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연합뉴스의 <文, ‘인권결의안 찬성’ 증언에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 기사에도 드루킹은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드루킹은 “기록을 충실히 남기게 되면 정적에게 공격받는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어떤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려고 하냐. 힘이 있을 때 최대한 사초를 없애려고 할거다. 이런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따른 기록물 공개는 지양해야 한다”고 적었다.

해당 기사에는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아이디(good****, skys****)의 댓글이 수백 개의 공감을 받고 베스트 댓글에 선정되기도 했다. 첫 번째 댓글을 단 아이디는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용자(good****)였다. ‘송민순 회고록 사태는 북풍’이라 주장했고 71개의 공감을 받았다. 이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공감 137개를 받은 skys****가 작성한 “제목을 저렇게 뽑다니 참 비열하다”는 댓글이다. 다음 날 <‘2007년 11월의 文’ 정국 쟁점으로> 기사의 베스트 댓글도 538개의 공감을 받은 ‘good****’의 “국정 파탄낸 놈들 가만 안 둔다 투표 때 보자”였다.

이들이 같은 달 3일 경공모가 유시민 작가를 초청해 경기도 파주에서 주최한 ‘남북 정상회담 행사’ 소개 기사에도 약속한듯 댓글을 달았다. ‘good****’는 “해이리 들렸다 갑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당시 행사에는 드루킹을 포함해 경공모 회원 수십 명이 참석했다. 송민순 회고록 관련 기사와 경공모 행사 기사에 댓글을 달았던 사용자 중 최소 5명이 겹쳤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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