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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악마” 막말 일삼던 여고 교감, 과일칼로 후배교사 찌르는 시늉하며 위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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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교감이 최근 후배교사를 과일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며 위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요즘 미투 운동, 대기업 오너의 갑질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권위를 악용한 폭력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어 이번 일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서초구 한 여고 교감의 반인륜적 행태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서울 서초구 한 여고에서 근무 중인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최근 이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글을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서울 서초구 한 여고의 교감이 후배교사에게 과도로 위협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한 여고의 교감이 후배교사에게 과도로 위협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중앙포토]

글쓴이에 따르면 이 일은 지난달 이 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발생했다. 이 학교 교감이 결재를 받기 위해 교무실에 들어선 A교사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신체적 위협을 가한 것이다. 교감은 책상 위의 ‘과일칼’을 집어들고, 결재를 받으려고 뒤따르던 A교사의 복부를 두 세차례 찌르는 시늉을 했다.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A교사의 몸이 얼어붙었지만, 교감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A교사의 얼굴 근처에서 칼을 흔들며 “결재받으러 못 오게, 오면 여기 꽂아놓고 싶다”는 말을 했고, 책상 위 화분에 칼을 꽂는 시늉도 했다. 주변에 있던 B교사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이 교감은 이후에도 과일칼을 수십 차례 더 휘두르며 A교사를 위협했다.

A교사는 이후 극심한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현재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교감과 마주칠까 두려워 교직원 연수에도 불참했고, 교무실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된 A교사 소속 부서의 부장, 교무부장, 교장 등은 “이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A교사를 달랬다고 글쓴이는 설명했다.

글쓴이의 주장에 따르면 교감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여교사를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도 했다. ‘성매매 예방’ 교직원 연수에 앞서 한 여교사가 “여자들은 교육 안 들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여자들도 몸 파는 법을 배우려면 들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또 올해 초에는 새로 부임한 교사들 모아놓고 “애들은 악마다. 그런 생각으로 애들을 지도하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회식자리에서는 한 교사와 그의 아내를 남자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비속어로 표현하기 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일부 교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교감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발뺌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 A교사를 돕기로 결심했다”며 “이 글이 널리 널리 퍼질 수 있게 공유해 달라”며 글을 마쳤다. 이 청원은 글이 게시된 지 하루가 지난 20일 현재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학교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일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된 교감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학교는 21일이 개교기념일 휴무라 22일까지 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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