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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들 힘+붉은 티셔츠 꿈...'무명 설움' 딛고 첫 우승한 권성열

중앙일보

입력

20일 SK텔레콤오픈 최종라운드 6번홀에서 티샷하는 권성열. [사진 한국프로골프협회]

20일 SK텔레콤오픈 최종라운드 6번홀에서 티샷하는 권성열. [사진 한국프로골프협회]

 갓 태어난 아들에게 바치는 값진 첫 우승.

'무명' 권성열(32)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개인 첫 우승에 성공했다. 권성열은 20일 인천 서구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합계 13언더파로 류현우(37)와 동률을 이뤘다. 이어 두 차례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13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뒤 거둔 첫 우승이었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

2007년 투어 프로에 입문해서 주로 챌린지투어(2부)에서 활동했던 권성열은 2013년에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그는 꾸준하게 따라올라가서 막판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고, 첫 우승에 성공했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우승에 성공한 권성열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몸짓을 펼치면서 자축하곤 눈물을 흘렸다.

우승을 확정한 뒤 권성열은 "우승을 절대 할 줄 몰랐다. 최근에 몸 상태가 좋았고, 스윙도 전지훈련 때 바꿨다. 컨디션이 괜찮아서, 톱10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하게 됐다"며 쑥쓰러워했다. 그는 "류현우 프로가 워낙 실력이 좋다. 연장 갈 때 난 마음을 비웠다. 롱 퍼팅을 내가 먼저 홀 아웃을 하려고 했다.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류현우 프로가 실수하고, 기회가 왔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장 막판 바람막이 겉옷을 벗고 경기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날씨가 춥진 않았지만 겉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안에 입고 있던 옷이 붉은색이라 상대에게 압박을 줄 수 있는 색깔이라 생각하고, 캐디와 상의해 벗었다"고 말했다. 그는 "흰 바지를 원래 안 입는다. 붉은색 티도 안 입는다. 사실 잘 안 입는 드레스코드였는데 이틀 전 꿨던 꿈에서 빨간 티에 흰 바지를 입고 우승을 했다. 그래서 한 번 입어봤는데 그대로 됐다"는 뒷얘기도 밝혔다.

이번 우승은 아내와 태어난 아이(권지오 군)에 바치는 선물이기도 했다. 2016년 12월 결혼한 그는 "아들이 태어난지 27일밖에 안 됐다"며 웃어보였다. "우승을 정말 하고 싶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고, 어릴 적부터 내 인생의 전부였던 게 골프였다. 제 친구들도 우승을 많이 했지만 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간절했다"면서 우승 직후 울음을 터뜨린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 우승으로 투어 4년 시드도 주어지고,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보다 내가 꿈꿔왔던 꿈을 이뤘다는 것에 가슴 벅차다"면서 "자신감도 크게 얻었다. 부족한 점이 뭔지 알고 있다. 더 보완해서 더 큰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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