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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63일만에 모습 드러내는 MB…법정서 직접 입장 밝힌다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3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3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처음으로 법정에 나온다. 지난 3월 22일 구속된 지 63일 만이다. 이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이기도 하다.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이기도

앞서 3일·10일·17일에 세 차례 재판이 열렸었지만 이때까지는 정식 공판이 아닌 공판을 준비하기 위한 기일이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굳이 나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23일부터는 정식 공판이기 때문에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이 꼭 나와야 한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받고있는 의혹들에 대해 직접 입을 연다. 이 전 대통령은 주식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로 있으면서 회삿돈을 횡령하는가 하면 내야 할 법인세를 안 내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그 비용을 삼성전자가 대신 내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대보그룹 등 개인·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도 있다. 혐의 개수만 총 16개고, 뇌물로 받거나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는 금액은 46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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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17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후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10분 정도 모두진술을 할 계획"이라며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 노트에 정리 중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우선 각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투려는 자세는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신청한 모든 증거에 동의한 데다가 아직까지 아무도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모두진술 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쓰는 게 맞는지 등에 대한 생각이 아직 정리가 안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중간 발표를 하고 있는 검찰. [중앙포토]

지난달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중간 발표를 하고 있는 검찰. [중앙포토]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 왔다. 검찰이 관련 수사에 나선 이후인 1월 17일,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이를 보수를 궤멸시키는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법정에 서는 23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꼭 9년째 되는 날이다. 노 전 대통령 다음으로 대통령이 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막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 차원에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나서 자신에 대해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모두진술을 한 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각각 40분씩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서류로 된 증거를 살펴보고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날 오전에는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해야 한다는 강 변호사의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공판은 오후 2시부터 시작돼 늦은 저녁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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