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을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합의로는 환경부가 맡고 있는 수질관리 업무와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는 수자원(수량) 관리 업무의 통합이 자칫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80여개 시민·환경단체 등이 포함된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여야 합의안 중)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별도의 논평을 통해 "이번 합의는 매우 졸속이라는 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 강살리기 네트워크도 성명을 통해 "4대강 재자연화 역행하는 반쪽짜리 물관리 일원화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시민·환경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무엇보다 여야가 물관리 업무의 일원화에 합의하고도 '하천법'을 그대로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두기로 한 것 때문이다.
물관리 일원화 3법 28일 처리 합의
여야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물관리 일원화 3법'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물관리 기본법 제정안, 물 산업육성법 제정안 등 3개로 파악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주승용 의원 대표 발의)은 국토부의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옮기는 내용이다. 국토부의 수량 관리 업무를 환경부의 수질 관리 업무와 통합하게 되는 셈이다.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물관리기본법 제정안은 국가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수량과 수질을 통합해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비슷한 내용이 법안이 6개나 계류 중인데, 최근 주승용 의원 주도로 이를 취합한 법안이 마련된 상태다.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둔다는 내용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물관리 기술개발 촉진 및 물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윤재옥 의원 대표 발의)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물 산업 실증화 시설 등을 조성·운영하고, 물 산업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어려울 수도" 우려
하지만 이번 여야 합의에서 하천법은 국토부에 그대로 두기로 하면서 국토부의 지방 하천관리 조직, 즉 지방국토청의 하천국(局) 조직을 국토부에 남겨 두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토부 본부에서도 수자원국 일부 조직이 과(課) 단위로 잔류할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이번 여야 합의는 하천관리 업무 이양을 반대하는 국토부 내 일부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관리 일원화로 국토부의 지방 조직인 지방국토청에서 하천국이 환경부로 이관되면 지방국토청에는 사실상 도로국만 남게 되고, 지방국토청의 존립도 위협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가 반발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댐이나 하천의 보 등 시설이 하천시설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여전히 하천관리를 계속할 경우 보 철거 등 4대강 재(再)자연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국가하천·지방하천 정비사업, 유역종합치수계획 등을 포함하는 하천법을 국토부에 두고 어떤 물관리 일원화를 하겠다는 것인가" 반문했다. 수질이나 수생태계 개선을 위해 환경부가 수문을 개방하려 할 때 여전히 국토부의 하천 관리 부서의 협조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환경단체들은 물산업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강 살리기 네트워크 측은 "물 산업육성법은 대구지역 물 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묻지 마 지원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합의가 미흡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은 "지난 20년 동안 논의만 하고 진전이 없었는데 이번에 일단 법안이 통과되면 물관리 일원화의 '물꼬'는 튼 셈이 된다"며 " 결국에는 단계적으로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느 부분까지 환경부로 옮겨올 것인지는 정부 내에서도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국수자원공사는 하천 관리 업무가 별로 없기 때문에 환경부로 옮겨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물관리 일원화 혹은 통합 물관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지난해 5월 22일 청와대에서 '업무지시 7호'로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7월 임시국회 때부터 관련 법안 통과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미뤄졌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