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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별세후 LG는 어떻게...'시너지' 높은 전장 사업에 주력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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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左), 구광모(右)

구본무(左), 구광모(右)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9시 52분 향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LG그룹도 4세 승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앞서 ㈜LG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구광모(40)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상무)을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안건은 다음 달 29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확정한다. 이후 구 상무는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그룹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LG그룹의 4세 경영승계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는 셈이다.

㈜LG는 “구 회장이 와병으로 인해 ㈜LG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며 “주주 대표 가운데 한 명이 이사회에 추가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사회에서 있었던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어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구 상무는 법률상으로는 구 회장의 장남이고, 친부는 구 회장의 동생 구본능(69) 희성전자 회장이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본무 회장은 2004년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포스트 구본무 체제 신호탄 

LG그룹은 ‘포스트 구본무 체제’로 시스템이 전환될 전망이다. 구광모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주요 사업을 이끄는 6명의 전문 경영인들이 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재계에서 나오는 시나리오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에 변화가 있겠지만, 그간 전문 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체제가 잘 작동해왔기 때문에 사업적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 회장의 6살 아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구 상무가 그룹 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 승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경영 승계 이후 계열 분리 등을 통해 독립한 후 별도의 영역을 개척할 전망이다.

LG그룹의 '70세 룰' 

LG그룹 사주 일가에는 ‘70세 룰’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구본무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25년간 그룹을 진두지휘한 후 1995년 만 70세의 나이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1945년생인 구 회장도 20여년간 그룹을 이끌다가 2016년부터 본인은 대외 활동에 주력하고, 그룹 내부 전반은 구 부회장이 챙기도록 했다. 구 부회장(1951년생)이 구 상무의 경영 안착 이후 LG 경영에 손을 떼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구본무(左), 구광모(右)

구본무(左), 구광모(右)

LG전자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구 상무는 우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이다. 현재 그가 맡은 LG전자의 ID사업부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 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수행한다. LG전자에 따르면 구 상무는 최근까지 미국ㆍ유럽ㆍ중국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신사업 트렌드를 점검하고,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특히 공을 들일 분야는 자동차부품(전장) 사업이다. 전장은 LG그룹의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각종 전자제품은 LG전자,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차량용 경량화 소재 등 내ㆍ외장재는 LG하우시스 식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 업체 인수 

LG전자가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 업체인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연장선에 있다. 이와 함께 구 상무는 인공지능ㆍ사물인터넷(IoT)ㆍ로봇 등 4차산업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나설 전망이다.

㈜LG는 “구 상무는 그간 LG의 주력 및 미래사업을 탄탄히 하고,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시장 변화에 주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며 “정보기술(IT) 동향에 관심이 많아 각종 글로벌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 참석해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직접 챙겼다”고 설명했다.

손해용·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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