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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악시킨 '일가족 테러' 10살 안된 아이까지 동원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안게임 앞두고 이어지는 테러에 인도네시아 비상

지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A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AP=연합뉴스]

[이슈추적] 평화롭던 세계 최대 무슬림국가에 연이은 테러 … 대체 무슨 일이?

오는 8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둔 인도네시아에서 아이들까지 동원한 테러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로 불리는 수라바야의 성당과 교회 3곳에서 연달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부모와 두 아들, 두 딸로 구성된 일가족 6명이 세 팀으로 나눠 벌인 일이었다.

바로 다음날에는 수라바야 지역 경찰서 앞에서 폭탄을 실은 2대의 오토바이가 폭발해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역시 일가족 5명이 벌인 일이었다. 이들이 자행한 테러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스스로 배후라고 주장했다.

16일 오전. 이번엔 리아우주(州) 페칸바루 지역의 경찰서에 복면을 쓴 괴한들이 침입해 경찰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괴한 4명을 사살하고 1명은 체포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건, 앞서 이틀간 이어진 ‘일가족 테러’에서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동원됐다는 점이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극단주의 세력 퍼져있어

라마단이 시작된 16일(현지시간) 한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AFP=연합뉴스]

라마단이 시작된 16일(현지시간) 한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다. 2억 6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일부 무장단체의 극단적 테러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졌음에도, 인도네시아는 평화롭고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여겨져 왔다.

그랬던 이곳이 왜 최근 극단주의자들의 ‘주무대’가 됐을까.

이는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던 IS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공격으로 궤멸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외신들은 “IS와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잔존 세력과 추종자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거점을 옮길 것이란 보도를 쏟아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데다 1만 8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상대적으로 거점을 잡고 활동하기 용이한 인도네시아가 그 표적이 된 것이다.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은 최근 이어진 테러가 “IS의 지시로 인한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중동에서 거점을 빼앗긴 이들이 추종자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IS는 '온 가족을 동원한 테러'를 부추기고 있어 모방범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테러의 주범은 IS 연계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다. 13일 테러를 벌인 가족의 가장 디타 외프리아르토는 JAD의 동자바 지역 지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다음날 테러를 벌인 일가족의 가장은 그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JAD는 IS를 추종하는 조직으로 2015년 결성됐으며 전문가들은 JAD가 최대 30개의 개별 조직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있다. 2016년 1월 자카르타의 한 쇼핑몰 근처에서 총기와 폭탄 테러를 벌이면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IS와 관련해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첫번째 테러”(BBC)였다.

BBC는 “JAD는 현재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대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선전을 강화하고, 정부와 경찰을 위협하고 있다”며 “IS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의 목표는 동남아시아에 IS의 거점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미 수백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이를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 또한 “IS 추종 세력이 온 나라에 퍼져있다”고 인정하며 테러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와 같은 대처로는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교도소에서 퍼지고 있는 극단주의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경찰관들이 폭탄테러 현장인 수라바야 시내의 산타 마리아 교회 주변을 봉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경찰관들이 폭탄테러 현장인 수라바야 시내의 산타 마리아 교회 주변을 봉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교도소’가 테러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 알카에다 연계조직 제마 이슬라미야가 발리에서 벌인 테러로 20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이후 인도네시아 당국은 급진주의자 등 800명 이상을 체포했지만, 이들이 오히려 교도소를 통해 급진주의를 전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교도소는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 죄수는 넘쳐나지만 관리는 부실하고, 테러범 교화 프로그램은 있으나 마나 하다. 2010년 수감된 이슬람 급진주의자 아만 압두라흐만이 ‘감옥 안’에서 JAD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테러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18일 인도네시아 검찰은 압두라흐만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최근에는 발리 테러 당시 수감된 이들이 석방되고 있는 데다, 시리아에서 IS 측에 가담해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이 귀국해 테러를 선동할 가능성도 있어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IS에 가담한 동남아시아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인이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는 “인도네시아의 테러 관련 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인이 해외에 가서 테러 조직에 합류하는 일을 특별히 막지 않는 등 법에 틈새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자살 폭탄을 감행한 일가족 또한 중동 지역에 다녀온 후 JAD와 연계됐다고 현지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테러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테러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 세계 45개국에서 1만 5000여 명의 선수가 찾는 아시안게임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요 지역에 CCTV 설치를 늘리고, 반테러 진압훈련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IS에 영감을 받은 이들이 새로운 테러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극단주의자들 결집이 우려되는 상황”(월스트리트저널)이라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의회에 반테러법 개정안의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법안에는 자국민의 해외 테러 행위 처벌, 해외 활동 테러 용의자의 여권 말소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위도도는 의회가 이달 안에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포고령을 발령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그러나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법안 처리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더디폴로매트는 분석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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