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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로얄 웨딩, 메건 마클의 선택은 지방시 웨딩드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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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정오(현지시간)에 영국 왕위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열렸다. 식이 열린 윈저성 앞에는 10만 여 명의 인파가 모여 들었고 결혼식에는 조지·아말 클루니 부부, 데이비드 베컴 부부, 오프라 윈프리,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등 많은 영국 스타와 인사가 참석해 인기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영국인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 #지방시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혁신의 아이콘 #화려한 장식 없이 심플하고 우아한 디자인 선택

19일 결혼식을 올린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마클은 지방시의 전통적인 웨딩 드레스를 선택했다. [사진 연합뉴스]

19일 결혼식을 올린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마클은 지방시의 전통적인 웨딩 드레스를 선택했다. [사진 연합뉴스]

‘세기의 결혼’이라 불리는 이번 영국 왕실 결혼식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신부 마클의 웨딩 드레스였다. 영국의 도박사들은 결혼 전 그가 어떤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웨딩 드레스를 입을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12시 정각. 마클이 윈저성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마클은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한 단아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선택했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영국인 디자이너로 '구찌' ‘끌로에’를 거쳐 지난 2017년 5월 지방시의 첫 여성 디렉터로 부임했다.
가장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지향하던 파리 패션 하우스에서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영국스러운 '보이시함'을 디자인에 반영한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1970~8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펑크와 뉴 로맨틱, 고스, 레이브 같은 모든 음악 장르를 사랑했고 데이비드 보위 등 영국 특유의 스타일에 대해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사랑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보이시함’이 영국적인 배경과도 이어진다고 늘 말해왔다.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던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는 그는 당시 패션지 '보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여자들이 끌로에에 대해 꿈꾸는 드라마틱함을 부풀린 뒤, 나만의 ‘보이시함’을 첨가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내가 생각하는 보이시함이란 스트리트 컬처와 쿨한 분위기"라고 말한 바 있다.
마클이 영국의 로얄 웨딩을 치르면서도 파리 패션 하우스 지방시의 웨딩드레스를 선택한 이유에는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이런 혁신적인 커리어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생각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옷'에 영국의 자유로운 스트리트 컬처를 녹여낼 줄 아는 영국인 디자이너, 그리고 파리 패션 하우스 중 가장 우아하면서도 장인 정신이 빛나는 지방시의 장점을 선택한 것.

마클은 긴 면사포와 티아라 외에는 어떤 장식도 없는 사틴 웨딩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EPA]

마클은 긴 면사포와 티아라 외에는 어떤 장식도 없는 사틴 웨딩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EPA]

엘리자베스 여왕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쓴 마클. [사진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여왕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쓴 마클. [사진 연합뉴스]

마클의 드레스는 양 어깨가 드러나는 보트 네크라인 스타일에 긴 소매, 아래로 갈수록 A라인으로 퍼지는 스커트 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레이스나 보석, 진주 등 장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두 겹으로 붙인 실크 원단으로만 만들어 우아함을 강조했다. 대신 5미터 길이로 길게 늘어트린 면사포에서 화려함을 표현했다. 머리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보석 금고에 보관돼 있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썼다. 여왕 메리 1세가 사용했던 밴드 스타일의 티아라다.
영국 매체 BBC는 결혼식 생중계 방송에서 마클의 모습을 보고 “미니멀하면서도 전통적인 디자인의 드레스”로, 뉴욕타임즈는 “극단적으로 심플하다. 청순하고 구조적인 드레스”라고 보도했다.
지난 몇 달간 마클의 웨딩 드레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추측이 이어졌다. 공식 약혼사진 촬영 때 입었던 '랄프 앤 루소'의 드레스가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고, 이외에도 버버리·에르뎀·스텔라·맥카트니 등 많은 영국 디자이너가 거론됐다. 파격적인 행보를 해온 마클의 성격상 저렴한 드레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마클이 어떤 드레스를 선택하든지 향후 웨딩 드레스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과 디자이너 지방시. 햅번이 입고 있는 드레스가 마클의 웨딩 드레스와 닮았다. [중앙포토]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과 디자이너 지방시. 햅번이 입고 있는 드레스가 마클의 웨딩 드레스와 닮았다. [중앙포토]

마클이 입은 지방시는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이 사랑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로 전통적이고 품위 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영국인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첫 번째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면서 보여준 혁신성은 평소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마클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결혼한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은 알렉산더 맥퀸의 드레스를, 해리 왕자의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왕실 디자이너 노만 하트넬의 드레스 입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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