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자살 예방 전문가'가 한국에 와서 깜짝 놀란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8.05.19 06:00

업데이트 2018.05.19 15:42

서울 마포대교를 둘러보고 있는 케네스 스벤슨 스웨덴 교통안전국 특별고문 [한국자살예방협회]

서울 마포대교를 둘러보고 있는 케네스 스벤슨 스웨덴 교통안전국 특별고문 [한국자살예방협회]

“비상벨이 울린지 5분 정도 지났을 뿐인데...정말 대단하네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대교를 찾은 스웨덴 교통안전국 특별고문 케네스 스벤슨 박사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제18차 5대륙 국제교통안전 컨퍼런스 참여차 방한했다. 스웨덴에서 교통 안전ㆍ자살 예방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인 스벤슨 박사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자살예방협회를 방문해 한국 자살 예방 정책을 공부했다. 최근 스웨덴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한 자살이 늘면서 교통 사망 사고 발생 시 자살인지, 사고인지 조사하는 시스템이 신설됐다고 한다. 그는 “교통과 관련된 자살을 줄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스벤슨 박사는 “마포대교을 돌아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마포대교는 서울에서 투신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다리라는 오명을 쓴 곳이다. 그는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자살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포대교에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여러 손길이 닿아있다. 2011년 7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ㆍ한국생명의전화가 한강 교량의 투신 자살을 예방하려 마포대교 등 한강 다리에 ‘SOS 생명의전화’를 설치했다. 지금까지 전국 21개 교량에 전화기 79대가 설치됐다. 비상벨이 울리면 119구조대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2016년 6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난간을 1m가량 더 높였다. 기존 난간은 성인 남성 가슴 정도의 높이였다.

스벤슨 박사는 “마포대교의 자살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논쟁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갈수록 자살예방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적인 논쟁이 이루어지고 대책에 반영됐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도 다리 위에 사람을 위한 안전 펜스를 의무화하는 것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모든 다리에 마포대교와 같은 높은 펜스를 설치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마포대교에 위로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705

서울 마포대교에 위로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705

백종우 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경희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안내로 다리를 돌아보던 스벤슨 박사는 우연히 비상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자살시도자를 목격하고 생명의전화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른 것이다. 백 교수는 “5분도 안돼  구급차 3대, 해상구조선 2척 등 20여명의 소방관이 출동해 자살시도자를 수색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7년간 생명의전화상담ㆍ신고를 통해 1만77명의 생명을 지켜냈다.

서울 마포대교를 둘러보고 있는 케네스 스벤슨 스웨덴 교통안전국 특별고문 [한국자살예방협회]

서울 마포대교를 둘러보고 있는 케네스 스벤슨 스웨덴 교통안전국 특별고문 [한국자살예방협회]

이 광경을 지켜본 스벤슨 박사는 “비상벨이 울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20명 이상의 소방관이 출동했다. 다리 위는 물론이고 강 위에서 보트까지 동원해 수색과 구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매우 놀랐다”라고 전했다. 그는 “다리의 건축구조적 측면과 함께 응급구조서비스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감탄했다.

백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이 생명을 살리고 국격을 높인다고 생각한다”며 “스웨덴 전문가도 놀랄만큼 선진적인 정책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자살률 1위 나라에서 벗어 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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