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탐사] 학교전담경찰이 수시로 멘토링했더니 재범률 뚝 떨어져

중앙선데이

입력 2018.05.19 01:26

업데이트 2018.05.1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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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04면

소년범 재범 막으려면 
울산중부서 학교전담경찰관인 구혜민 경장이 지난달 20일 관내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 그룹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울산중부경찰서]

울산중부서 학교전담경찰관인 구혜민 경장이 지난달 20일 관내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 그룹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울산중부경찰서]

소년원 교사 경력 22년 차인 법무부 소년과 오현아(48) 계장은 스승의날인 지난 15일 “매년 스승의날 즈음에 오던 혜정이(가명)의 메시지가 올해는 없다”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성인 출소 땐 숙식·직업훈련 지원
소년원 나온 아이들 지원은 없어
학업 기회 주고 후견인 선임 필요
따로 노는 지원 그만, 유기적 협력을

2005년 세 번째로 소년원에 왔을 때 만난 혜정이는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아이였다. 네일아트 등 미용과 관련한 온갖 자격증을 땄다. 나가면 돈을 많이 벌어 할머니를 잘 모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혜정이는 하루 12시간 일해야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벌 수 있는 네일아트 가게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한 혜정이는 수년 전 모든 연락을 끊고 성매매 업소에 들어갔다. 매년 5월이면 발신자 번호 표시 없이 날아오는 “건강하세요” “돈 많이 벌게요”란 메시지가 소식의 전부였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종착점인 소년원에 이르기까지 경찰·검사·판사·보호관찰관·보호시설 교사 등 다양한 어른들을 순차적으로 만난다. 단계별로 청소년들을 양지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예산 및 인원 부족이 심각한 데다 기관 간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다. 대검찰청 범죄백서에 따르면 한 해 처벌되는 소년범 중 재범 이상은 34.5%(2016년 기준)다. 재범·3범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비행을 저지르기 전과 처벌 이후에도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지만 시스템은 삐걱대고 있다. 오 계장은 “성인범의 경우 교도소에서 나오면 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숙식, 직업 훈련 등이 지원되지만 소년원을 나온 아이들에겐 지원이 거의 없다.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들이 심리적·경제적으로 기댈 곳을 마련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중부서·부산 국제금융고 실험 성공적

울산중부경찰서는 올해부터 학교전담경찰관(SPO)이 관내 학교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중단했다. 이 교육은 지금도 대부분 SPO의 주 업무다. 울산중부서는 예방교육에 쓰던 시간을 입건 전력이 많은 청소년들에 대한 멘토링에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자체 분석 결과 지난해 관내에서 발생한 소년 사건(학폭 등) 총 66건(118명) 중 37.8%(25건)를 8명의 청소년이 저질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상적 수준의 학생 간 다툼을 제외한 주요 범죄가 8명에게 집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울산중부서 소속 6명의 SPO는 1~2명씩 청소년을 전담해 수시로 만나 도움을 주고 있다. 소년원에 들어가 연락이 끊긴 경우에도 부모와 지속적으로 만나며 퇴원 이후를 준비한다.

현재까지 이 실험은 성공적이다. 올 들어 이 8명이 저지른 범죄는 경미한 폭행 사건 한 건뿐이다. 덕분에 올해 소년 사건 수(학폭 등)는 총 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건)에 비해 줄었다. SPO인 구혜민 경장은 “비행이 반복되면 학교에서조차 내몰려 의지할 곳이 없어져 재범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 관심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연속적인 비행의 고리를 끊는 데 가장 긴요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 국제금융고는 범죄로 인해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졸업장을 딸 수 있는 마지막 통로다. 이 학교는 2011년 창원분교를 설립한 뒤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다. 2015년에는 부산가정법원과 협약을 맺고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반도 마련했다. 1년 3학기, 2년제인 이 학교를 졸업하면 고졸 학력이 인정된다. 올해까지 500여 명이 이곳을 졸업했다. 학교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 청소년들이 최소한의 학력을 갖춰 사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학교와 법원이 의기투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선후견인 양성, 사법복지 한 축 돼야”

2013년 도입된 미성년후견제도 부모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지지대가 되어줄 방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미성년후견제는 가정법원이 친권자가 없는 미성년자에게 가장 적합한 후견인을 직권으로 선임한 뒤 감독까지 맡는 제도다. 후견인은 미성년자의 법적 행위를 대리할 수 있다. 소년범들 중엔 실질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해 미성년자를 돌보는 이 제도를 소년 보호와 연동해 활용하면 효과가 클 수 있다. 『성년후견실무』 저자인 김성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부모가 없거나 장기간 행방불명되는 등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자에게 적절한 후견인을 선임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 법원 감독하에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고, 비행에 노출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성년후견은 초기 단계지만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복지사인 김귀자 강남구직업재활센터 관장은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 A군(8)의 후견인으로 활동 중이다. 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이복 누나랑 생활하는 A군에게 처음엔 큰아버지가 후견인으로 선임됐지만 지방에 떨어져 사는 탓에 A군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법원은 김 관장으로 후견인을 교체했다. 이후 김 관장은 법정 대리인 자격으로 나서 A군이 기초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고, 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 A군의 자립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다만 후견인 선임은 친권 상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부모가 심각한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전문가 후견인에게 지급해야 할 보수도 미해결 과제다. 김수정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후견제도는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선후견인을 양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사법 복지의 한 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행 청소년들의 회복을 위해 경찰·법원·법무부·여성가족부·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은 제각기 실험적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기관들 사이에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 청소년회복지원시설 관계자는 “청소년 상담전화 1388이나 지역사회 내 자원들을 연결해 위기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CYS-Net 등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한 아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역사회 내의 여러 기관이 머리를 맞대는 실질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남수 부산가정법원장은 “각 기관에서 내놓은 대책들이 서로 연계가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년 회복을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취재했나
중앙SUNDAY는 ‘호통판사’ 천종호(부산지법 부장판사)가 2015년 1월~2018년 2월 부산가정법원에서 처리한 소년 보호 사건을 전수 분석했다. 천 판사가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첫 소년부 판사를 맡았을 때부터 올해 2월 부산가정법원 소년부를 떠날 때까지 만난 아이들의 가정환경과 말투, 특징을 세세하게 기록한 메모의 뒷부분이다. 종이로만 남아 있는 메모를 모두 정량화해 분석했다. 중복되고 누락된 정보를 제외하니 1872명이었다. 이들의 죄명과 재범 여부, 가정환경과 본인 특성 등이 분석의 초점이다. 천 판사의 메모에는 배고프고, 아프고, 기댈 곳 없는 소년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탐사보도팀=임장혁(팀장)·박민제·이유정 기자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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