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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20대에 치명적, 가족력 있으면 조기 검진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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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23면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이모(27)씨는 어느 날 유방에서 점점 커지는 멍울이 만져져서 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다행히 전이는 발견되지 않아 수술을 받고 2기 초반 단계라고 진단받았으나 고위험군으로 결과가 나와 항암화학요법을 치료 중이다. 걱정한 것보다 부작용도 적어 잘 치료 받고 있으나 치료 후의 재발에 대한 걱정과 직장생활 등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겁다.

20대 유방암 환자 갈수록 늘어 #40대보다 사망 위험 두 배로 높아 #암 부르는 생활습관부터 개선을 #적정체중 유지하고 과음 피해야 #여성 호르몬 요법도 오래하면 ‘독’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20대 환자를 더 자주 접하게 된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늘고 있다. 건강 문제와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20대 암환자를 접하면 의사의 입장에서도 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지난 4월 중앙암등록본부는 2015년 암등록 통계 보고서를 업데이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거의 모든 암의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든 암종에서 기간별 5년 생존률은 계속 증가한다. 암 관련 통계는 이처럼 좋아진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는 2000년 이후에 시행된 암 관련정책과 의학의 발전, 조기검진·예방에 대한 계몽 활동의 결과로 주요 암의 발생이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 계속 증가

이런 가운데 유독 유방암 만은 예외다. 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유방암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은 연령별로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50세 이전의 유방암 발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발생률을 2000년부터 추적해 봤을 때 15년간 이러한 경향은 꾸준하게 나타난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심지어 20대의 발생률도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내에서도 중국이나 일본과도 다른 양상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알려진 바와 같이 40세 이전 여성에서 발생한 유방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에서 더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렇다면 더 젊은 나이인 20대에 발생한 유방암은 어떨까. 한국 유방암학회에 등록된 50세 미만의 환자 3만1000여 명의 유방암 데이터베이스를 연구해보면 연령대별로 20대의 유방암이 가장 예후가 나빴다. 유방암의 사망 위험(5년내 생존률의 위험비, hazard ratio)은 40대에 비해 2배, 30대에 비해서도 약 1.3배로 높았다. 20대, 30대, 40대 순으로 예후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으로 20대의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11.6명으로 30대의 93.4명에 비해 낮긴 하다. 2018년 현재 20대 여성의 인구가 322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20대 유방암 환자가 373여 명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20대는 학업에 있거나 사회적인 진출을 시작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른 시기에 발병하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도 치료 후에 사회에 제대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위암·대장암·간암·폐암 등 한국인에게서 흔하게 발생하는 암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발생 시기가 현저히 빨라지면서 암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 또한 다른 암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젊은 환자는 유방암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이나 후유증, 다시 말해 불임, 폐경, 정신 건강적 문제, 장기적 생존자 치료를 포함한 많은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또한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있다고 봐야 한다.

인터넷 등 검증 안 된 예방법 혼란

현재 유방암의 생존율을 올리기 위한 많은 치료 방법과 새로운 약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유방암 치료결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가 유방암에 대처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예방과 조기 발견에 있다. 현재 유방암 조기검진 권고안은 30세 이후 매달 유방 자가검진, 35세 이후로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검진, 40세 이후는 1~2년 간격의 임상 진찰과 유방 촬영으로 돼 있다. 하지만 모친이나 자매 중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암억제 유전자(BRCA1·2)에 변이가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문의와 상담해 좀더 이른 나이에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5년 암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는 여성은 약 18만명이다. 2010년만해도 10만명이 안되었으니 점차 유병자수가 늘어가고 있다. 유병자수가 늘어나는 만큼 유방암 가족력을 갖게 되는 인구도 증가하게 된다. 자가검진이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자가검진을 생활화하면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20대 암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나쁜 예후를 감안한다면 20대에서도 자가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잡지를 보다 보면 많은 글에서 유방암 예방을 위한 식품과 운동법 등이 소개되고 위험인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유방암보다는 일반적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글도 많아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면 실제 실천하기가 어려워 확실하게 증명된 위험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많은 생활습관 중에 미국 NCCN (미국 통합 암 네트워크,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권고안에서 고려하는 위험요소 3가지는 높은 BMI(체질량 지수), 음주, 장기간의 여성 호르몬 요법이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습관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증가하는 유방암으로부터 좀 더 멀어지려면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잦은 음주나 과음을 피하고, 장기간의 호르몬요법을 피하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자.

김석원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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