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 라이벌대학 미식축구서 '백태클'.... "감독이 시켰다" 파문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라이벌 관계인 두 대학의 미식축구 경기에서 백태클 반칙 행위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반칙 행위를 감독이 시켰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까지 나서 조사할 뜻을 밝힌 상태다.

니혼대 vs 간사이가쿠인대 오랜 라이벌 #무방비 선수에게 뒤에서 '악질적 태클' #"감독이 시켰다" 선수들 증언 나와 파문 #문부과학성 장관 "진상조사, 재발방지"

발단은 지난 6일 있었던 니혼(日本)대와 간사이가쿠인(関西学院)대의 정기전이었다. 공을 패스한 뒤 무방비 상태였던 간사이가쿠인대 선수를 니혼대 선수가 뒤에서 공격했다. 백태클 공격을 받은 니혼대 선수는 거의 허리가 꺾이다시피 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가 봐도 명백한 반칙 행위였다. 이 선수는 오른쪽 무릎 등을 다쳐 병원에서 전치3주의 진단을 받았다.

니혼대학 선수(빨강 유니폼)가 무방비 상태인 간사이가쿠인대학 선수(파랑 유니폼)에게 백태클을 가하고 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니혼대학 선수(빨강 유니폼)가 무방비 상태인 간사이가쿠인대학 선수(파랑 유니폼)에게 백태클을 가하고 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백태클을 한 선수는 그 뒤로도 2번이나 더 비슷한 반칙 행위를 했다. 경기를 관전하던 한 관중은 “미식축구는 반칙행위가 자주 있지만, 같은 선수가 2번, 3번 반칙을 반복하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칙을 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시합을 주최했던 간토(関東)학생미식축구연맹은 “페어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십정신을 현저하게 손상시켰다”며 반칙을 한 니혼대 선수에게 출장 금지, 니혼대 지도자에겐 엄중주의를 줌과 동시에, 반칙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일 규율위원회를 설치했다.

니혼대학 선수(빨강 유니폼)는 7분 30초 사이에 상대팀 선수에 대해 백태클 등 3번이나 과격한 플레이를 했다.[사진 TV아사히 캡쳐]

니혼대학 선수(빨강 유니폼)는 7분 30초 사이에 상대팀 선수에 대해 백태클 등 3번이나 과격한 플레이를 했다.[사진 TV아사히 캡쳐]

간사이가쿠인대학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의도적이며 지극히 위험하며 악질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며, 니혼대에 정식 항의문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반칙 태클은 감독이 시킨 것”이라는 선수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니혼대 팀 소속 한 선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반칙 태클은) 감독의 지시였다고 팀원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시합에 나가고 싶으면 (공격 사령탑인) 쿼터백을 무너뜨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선수 본인으로부터 들었다”고 들했다. 감독은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존재여서 오히려 반칙 태클을 한 선수가 “(감독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니혼대 측은 간사이가쿠인대 측에 뒤늦개 답변서 형식으로 사과를 했으나,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니혼대는 “태클은 감독의 지시가 아니었다. 지도자에 의한 지도와 선수의 수용방식에 괴리가 있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지시 여부를 부인했다. 또 사건 직후 일부 언론에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며 반칙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서도 “본의가 아니었다. 철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독 본인의 직접 사과도 아닌데다, 선수들의 일방적 잘못인 것처럼 책임을 회피하는 대처에 여론은 더 악화된 상태다. 니혼대 감독은 사건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일본 스포츠청과 문부과학성 장관까지 나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스즈키 다이치(鈴木大地) 스포츠청 장관은 14일 “충격적이며 상당히 위험한 태클이었다. 위험한 플레이를 용인할 수 없다. 어째서 그런 플레이에 이르게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성 장관은 “간과할 수 없는 상당히 위험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으며, 조기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사태의 해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해나겠다”고 밝혔다.

간사이가쿠인대학 도리우치 히데키 감독(오른쪽)과 오노 히로미 팀 디렉터가 지난 17일 니혼대의 반칙태클 행위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간사이가쿠인대학 도리우치 히데키 감독(오른쪽)과 오노 히로미 팀 디렉터가 지난 17일 니혼대의 반칙태클 행위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니혼대와의 남은 경기는 상대 대학의 요청으로 전부 취소됐다. 간사이가쿠인 대학은 니혼대가 제대로된 해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향후 정기전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니혼대와 간사이가쿠인대는 미식축구계에서 오랜기간 라이벌 관계였다. 니혼대 유니폼이 빨강, 간사이가쿠인대 유니폼은 파랑이어서 ‘적과 청의 대결’로 불려왔다. 72회를 맞은 전일본대학선수권대회인 ‘고시엔(甲子園) 보울’의 우승횟수는 니혼대가 21번, 간사이가쿠인대가 28번이다. 니혼대가 첫 출장한 1955년 대회에선 두 학교가 결승에서 맞붙어 26대 26으로 공동 우승을 한 적도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