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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 비밀 고농축우라늄 시설 1~2곳 공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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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1~2곳의 존재를 공표하고 사찰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미국은 이 시설의 위치를 이미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방안의 하나로 이들 비밀시설 사찰을 받아들이는 것을 미국과 협의 중이다.

추적 힘들어 ‘악마의 디테일’ 악명 #“김정은, 트럼프에 사찰 뜻 밝힐 듯” #풍계리 이어 또 비핵화 의지 표명 #미, 해당 시설 위치 등 이미 파악 #더 많은 비밀시설 있나 계속 추적

북·미 정상회담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4일(현지시간) 익명을 전제로 “미국은 이미 5년 전부터 이 시설에 대한 문제를 북한에 제기해 왔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내놓을 ‘통 큰’ 조치의 하나로 이 시설들을 공개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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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늄과 더불어 핵무기 원료가 되는 고농축우라늄(HEU)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의 ‘악마의 디테일’로 불릴 만큼 그 생산시설과 보유량 추정이 극도로 힘든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플루토늄 재처리와 비교하면 공간을 작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를 스스로 공개할 경우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을 보다 확실하게 미국과 전 세계에 선언하는 것이 된다. 2010년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박사가 영변 핵시설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이후 북한의 HEU 규모 및 생산 설비는 베일에 가려져 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1~2곳 외에 더 많은 HEU 비밀시설이 북한 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극비사항인 HEU 비밀시설의 위치는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 지하이거나 혹은 평북의 다른 위치에 분산돼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과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 위원장 간의 두 차례 회담 등을 통해 ‘북·미 수교를 목표로 상호 노력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명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비핵화의 시한을 6개월~1년 정도의 ‘초단기’가 아니라 ‘2020년까지’로 설정하고 있다고 복수의 당국자가 전했다.

회담 진행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북한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임기 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핵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정권교체로 무산됐던 경험이 있어 트럼프 정권 초 타협을 보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그러나 우리에게 알려진 북한의 핵 관련 시설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에서 (검증과 사찰 등을) 다 마치려면 6개월~1년은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다. 대체로 북한 비핵화 시한은 오는 2020년까지의 ‘2년’으로 설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북한 핵 시설 검증과 사찰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주도할지, 기존 핵보유 5개국(P5·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에 한국이 포함되는 P5+1 방식으로 할지, 혹은 양자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할지를 놓고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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