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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규탄 시위까지…‘실종된 백인여성 증후군’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홍익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카 유포사건이 성차별 수사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다른 대다수 몰카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빠르게 범인을 잡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관련 靑 국민 청원에 34만명 동참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1일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오고 이를 조롱·비하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 동료 여성모델 안모(25·여)씨의 범행을 밝혀내 지난 12일 그를 구속했다. 안씨가 체포된 날인 11일에는 ‘성별에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15일 오후 현재 34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몰카 피해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이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 대상 몰카 사건들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주장했다.

‘홍대 몰카 수사 규탄시위’ 열려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편파 수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수사기관을 규탄하는 시위가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다. 15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에 따르면 시위는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혜화역 2번 출구 앞 ‘좋은 공연 안내센터’와 방송통신대 사이 인도에서 개최된다. 운영진은 집회의 목적이 ‘사법 불평등과 편파수사에 대한 규탄 및 공정수사 촉구’ ‘몰카 촬영·유출·소비에 대한 해결책 마련 촉구’라고 밝혔다.

언론의 온도 차도 다르다?

[사진 스브스뉴스 영상 캡처]

[사진 스브스뉴스 영상 캡처]

안씨가 잡혔을 당시 각 언론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 뉴스 전문채널은 안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가는 장면을 ‘속보’로 내보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몰카 촬영 혐의로 구속된 남성 피의자들의 구속심사를 다룬 언론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 피의자와 남성 피의자를 다루는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종된 백인 여성 증후군 

[사진 MBC]

[사진 MBC]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편파 수사, 사법 불평등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전문가들은 ‘실종된 백인 여성 증후군’을 언급한다. 이 말은 흑인 여성이었던 그웬 아이필 전 미국 공영방송 PBS 앵커가 한 말로, 유색 인종의 실종이 훨씬 많지만 여기에는 무관심하다가 어쩌다 백인 여성이 실종되면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쏠려 사건 해결이 빨라진다는 현상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도 15일 몰카 범죄를 공식 회의에서 언급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몰카범죄·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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