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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연락 금지' 풀무원, '자동 육아휴직' KT&G처럼…저출산위·경총 "워라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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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풀무원이 매주 금요일 시행하는 '가족사랑데이' 포스터. [자료 풀무원]

풀무원이 매주 금요일 시행하는 '가족사랑데이' 포스터. [자료 풀무원]

풀무원에는 '언플러그드'(unplugged) 원칙이 있다. 휴일이나 휴가 때는 회사에서 절대 연락하지 않고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정시 퇴근을 장려하기 위한 ‘자기계발데이’(수요일), ‘가족사랑데이’(금요일)를 매주 시행한다. 사무실 불을 끄고 직원들이 퇴근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김기령 풀무원 인사기획실장은 "쉴 때는 확 놀고 업무에 복귀해서 열심히 집중하면 된다. 그래서 상사들에게도 ‘휴가 왜 써’라고 물어보지 않고 휴가나 휴일엔 절대 연락하지 말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상희 부위원장 "워라밸은 선택 아닌 필수" #손경식 회장 "경총부터 정시 퇴근 등 시행"

풀무원이 임신한 여성 직원, 임신 중인 배우자를 둔 남성 직원에게 선물하는 전자파 차단용 담요. [사진 풀무원]

풀무원이 임신한 여성 직원, 임신 중인 배우자를 둔 남성 직원에게 선물하는 전자파 차단용 담요. [사진 풀무원]

임직원의 임신부터 육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대디앤맘스 패키지’도 운영하고 있다. 출산 전후 휴가(90일)를 마치면 곧바로 1년간의 육아휴직을 의무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른바 ‘자동육아휴직제도’로 휴직 신청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장치다. 휴직을 원치 않으면 따로 신청하면 된다. 임신 중인 배우자를 둔 남성 직원은 최대 4일의 ‘배우자 태아검진휴가’도 갈 수 있다.

KT&G도 풀무원과 마찬가지로 자동육아휴직제가 있다. 출산휴가 이후에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으로 자동 전환된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1년에 추가로 1년을 더 얹어 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남성 육아 휴직자가 흔하다. 지난해 남성 휴직 사용자(34명)가 여성(22명)보다 더 많았다. 김태성 KT&G 인사실장은 “육아 휴직하는 남자 직원이 최근에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임신 사실 확인 후부터 출산 전까지 ‘출산휴직’(월 100만원 지원)도 별도로 쓸 수 있다.

15일 간담회를 열고 '워라밸' 확산에 협력키로 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들. [사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5일 간담회를 열고 '워라밸' 확산에 협력키로 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들. [사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두 회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일ㆍ생활 균형 제도를 잘 적용하는 우수 사례로 꼽혔다. 1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경총과 함께 개최한 ‘일ㆍ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다. 풀무원·KT&G처럼 ‘워라밸’을 챙기는 민간 기업이 늘어나야 저출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정부와 경총이 손을 잡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LG유플러스·아시아나항공·CJ E&M 등의 임원이 참석했다. 저출산위원회와 경총은 '워라밸' 확대 방안과 함께 기업이 겪을 애로 사항, 정부 지원이 필요한 항목 등을 논의했다.

김상희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은 "일ㆍ생활 균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핵심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 개선과 문화 혁신"이라면서 "일ㆍ생활 균형 제도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는 일터가 돼야 기업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경총은 정시 퇴근 등 '워라밸'을 확대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경총은 정시 퇴근 등 '워라밸'을 확대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손경식 회장은 "(저출산은) 정부·정치권·경영계·노동계 등 국민 모두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라면서 "이제는 경총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우선 경총 사무국을 대상으로 시차 출퇴근, 정시 퇴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 돌봄 휴가 등 다양한 저출산 지원제도를 시행하겠다. 경총의 이러한 노력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출산위원회는 육아휴직ㆍ육아기 근로시간 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노사 단체, 업종별 협회, 노동자 등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계속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달 중에 일ㆍ생활 균형을 포함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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