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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중국서 떡볶이로 대박칠 수 있었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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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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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매장 수 30개, 연매출액 100억원 이상. 우리나라 분식으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인이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분식 프랜차이즈 장상한품(掌上韩品)의 대표 손하나 씨가 그 주인공.

손하나 장상한품 대표. [사진 장상한품]

손하나 장상한품 대표. [사진 장상한품]

결론부터 말해 성공은 쉽지 않았다. 사기를 당해 가게를 옮긴 횟수만 수 차례.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힘든 나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하이에만 매장이 22곳이 있고, 난징, 난닝, 정저우에도 진출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꾸준히 매장 오픈 계획이 잡혀있다.

1위 맛집 리뷰 사이트서 입소문 #생각보다 엄격한 위생검사, #비싼 인테리어 비용 고려해야

셀럽들이 자주 찾는 맛집으로도 소문났다. 김수현, 비(정지훈)는 상하이에 올 때마다 장상한품을 찾는다고 한다. 대륙 최고 갑부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의 외아들 왕쓰총(王思聪)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상하이 황푸구 지점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상하이 황푸구 지점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장상한품을 우리 말로 풀면 손 위의 한국 음식이다. 창업 초기 "손 위에 한국을 담아가라"는 의미로 포장 손님만 받던 시절을 담은 이름이다.

6.6㎡짜리 조그만 가게부터 출발한 손하나 씨의 험난한(!) 창업 스토리를 차이나랩이 들어봤다.

손하나 장상한품 대표. [사진 차이나랩]

손하나 장상한품 대표. [사진 차이나랩]

-중국에 간 계기는.

미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중 문득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외국어를 배워보자!'였다. 27세에 처음 중국에 갔다. 원래 베이징에서 1년만 어학연수를 하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어를 너무 못했다(웃음). 6개월간 가족들을 설득해 상하이에 있는 지인 회사에 취직했다.

-갑자기 분식집을 차린 이유는.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 돈을 많이 주거나 둘째, 돈을 적게 줘도 사람들이 좋아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충족됐다면 계속 회사를 다녔을거다. 하지만 결국 홧병만 걸렸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가족을 겨우겨우 설득해서 상하이에 왔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었다.

그때가 28세 때였다. 미래를 고민하던 중 아는 유학생 동생과 길을 걷다가 중국인이 파는 떡볶이를 봤다.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맛은 진~짜 이상했다. 며칠 뒤 다른 곳에서 또 떡볶이 가게를 봤다. 거기도 맛 없었다. 속으로 '진짜 이건 아니다. 내가 만들어도 이거보단 낫겠다'고 궁시렁거리다가 '어머?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유학생 동생은 가게를 구하러 다니고 나는 3개월 동안 떡볶이 소스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랑 중국이 다른 게 뭐냐면 한국은 '설렁탕집'이라고 하면 설렁탕 하나만 파는 데가 많지만 중국은 그렇게 했다간 십중팔구 망한다. 맛이 없어도 일단 메뉴는 많고 봐야 된다. 그래서 떡볶이도 처음엔 오리지널/짜장/카레 3가지 맛이 있었다.

첫 가게는 2평짜리였다. 그것도 샵인샵(shop in shop). 간판 달 자리도, 테이블도 없었다. 파리만 날렸다. 동네도 한적해서 지나다니는 중국인들만 구경했다. 하루에 50위안(약 8000원) 벌 때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손님이 아침은 왜 안 파냐고 해서 아침 장사를 시작했다. 새벽 5시에 문을 열어 자정에 마감했다.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맛집 리뷰 사이트가 만든 기적

그런데 6개월 뒤 갑자기 가게 앞으로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하도 신기해서 손님을 내 목숨줄이라 생각하고 엄청 친절하게 대했다. 대기하는 손님에게 귤, 빼빼로도 주고 음식을 떨어뜨리면 다시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손님이 손님을 데려왔다. 심지어 항저우에서도 일부러 찾아왔다. 하루는 궁금해서 여기 어떻게 알고 왔냐니까 "너네 가게 유명해"라는 말이 돌아왔다.

알고보니 다중뎬핑(大众点评)이라는 맛집 리뷰 사이트에서 우리 가게가 맛/서비스 점수 만점(5점)을 받았단다. 물론 환경 점수는 포장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1점이었다. 어쨌든 평점 4점 이상을 받아 유명해졌다고.

맛집 리뷰 사이트 다중뎬핑. [사진 다중뎬핑 홈페이지 캡처]

맛집 리뷰 사이트 다중뎬핑. [사진 다중뎬핑 홈페이지 캡처]

사기를 당하다

이제 좀 장사가 되나 했는데 시련이 왔다. 앞서 말했 듯 우리 가게는 샵인샵 형태였는데 다른 가게 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채 한겨울에 쫓겨났다. 3개월 뒤에 다른 동네에서 가게를 열었다. 이곳도 샵인샵이었다. 오픈 한 달쯤 됐나, 중국인 기자가 "한참 찾았다"면서 우리를 찾아왔다. 대박이었다. 일주일 뒤 맛집으로 기사가 났다.

그런데 어느 날 가게 문이 안 열렸다. 관리인이 왔다. 나가거나 장사 계속 하고 싶음 돈을 다시 내란다. 알고보니 샵인샵 다른 주인이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나가버렸다고.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하지 말라는데 내가 고집피우는건가?'. 거의 두 달 가까이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만 처박혔다. 우울증도 걸렸다.

손님들이 남긴 포스트잇 방명록 [사진 장상한품]

손님들이 남긴 포스트잇 방명록 [사진 장상한품]

다시 찾아온 기적

회사에 다니던 중국인 친구가 갑자기 자금을 대주겠다고 했다. 그냥 "믿는다"며 계약서도 없이 돈을 줬다. 우리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그렇게 2009년 9월 9일 샵인샵 형태가 아닌 정식 가게를 열었다. 8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작은 가게였지만 이제 비나 눈이 와도 가게 안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게돼 너무 행복했다.

아기자기한 카페 같은 매장 인테리어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아기자기한 카페 같은 매장 인테리어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메뉴는 어떻게 개발했나.

너무 바빠서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 하루는 남은 식자재로 비빔밥을 후다닥 먹고 있는데 한 손님이 탐내더라(웃음). 먹던 거라도 괜찮냐고 했더니 괜찮다 그래서 한 번 드려봤다. 정말 맛있다고 했다. 그렇게 비빔밥 메뉴가 추가됐다. 제육덮밥도 내놨는데 손님들이 밥 따로 고기 따로 먹는 게 아닌가. 바로 등짝스매싱(!)을 하고 직접 비벼서 손님 입에 넣어드렸다.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사진 장상한품 홈페이지 캡처]

-'비벼주는 제육덮밥', '가정식 비빔밥', '반할맛 삼겹비빔밥'… 메뉴명이 독특한데.

먹는법을 잘 모르는 손님들에게 처음엔 직접 비벼주고 먹여주고 했지만 나중엔 너무 바빠 아예 비벼서 음식을 내갔다. 그래서 '비벼주는 제육덮밥'이다.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고 짜장면을 찾는 손님들도 많아 짜파게티도 팔았다. 메뉴 이름은 '일요일에 먹는 짜장라면'. 다 직접 지었다. '가정식 비빔밥'은 처음에 바빠서 막 비벼 먹었던 그 비빔밥을 생각하고 만들었다. '하나 떡볶이'는 내 이름에서 땄다(웃음).

지난 4월 말 오픈한 장상한품 난징 2호점 [사진 장상한품]

지난 4월 말 오픈한 장상한품 난징 2호점 [사진 장상한품]

-음식 맛은 현지화하는 게 좋을까.

철저히 내 입맛에 맞춘다. 스스로 맛있어야 장사할 수 있다. 손님이 짜다고 하면 그 음식을 직접 먹어본다. 내 입맛에 안 짜면 "난 안 짠데?(중국어는 존댓말이 잘 없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결국은 마인드 문제다. 팔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베이징엔 왜 매장이 없나.

일단 한식집(경쟁사)이 많다. 그리고 공장에서 매일 가맹점에 소스와 반조리 제품을 배송하는데 베이징은 너무 멀다.

장상한품의 인테리어는 손하나 대표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사진 장상한품]

장상한품의 인테리어는 손하나 대표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사진 장상한품]

-중국 요식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유의할 점은.

중국의 위생 조건이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롭다. 뜨거운 음식, 차가운 음식을 만드는 주방이 반드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분리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배선 등 인테리어 비용이 한국의 2배다. 나의 경우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손수 내가 다 해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또 외국인이 하는 식당은 위생 점검도 더 까다롭게 한다.

변화하는 중국 소셜 미디어 환경과 한류 흐름을 타고 대박을 친 장상한품. 하지만 그런 기회는 결국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사실을 손하나 대표의 창업기가 알려주고 있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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