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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은 눈이 푸르게 변하는 병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형수의 이지아이(3) 

가깝지만 왠지 선뜻 안 가게 되는 안과. 그 문턱을 맞추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을 안과의사가 시원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모두의 건강한 눈, 행복한 눈빛을 위한 이지아이(easy eye), 지금 출발합니다. <편집자>

“오늘은 어떻게 오셨어요?”
“아들이 차로 데려다줬지. 요즘 무릎이 안 좋아”
80년대 개그 같지만 가끔 진료실에서 주고받는 대화다. 아무튼 대충 짐작이 가는 캐릭터의 78세 할머니 환자가 왔다.

“아니~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냐고요?”
“아하 아들이 눈이 퍼레진 것 같다고 녹내장 검사받아보라고 해서 왔지.”
“어머님 눈이 퍼레진다고 녹내장이 오는 건 아니에요.”
“그래? 그런데 이름이 왜 녹내장이여?”

녹내장 환자의 시야. [중앙포토]

녹내장 환자의 시야. [중앙포토]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처럼 대부분의 의학 용어도 한자(漢子)로 되어 있다. 때문에 다소 이해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찬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름도 있고 한자(漢子) 세대인 어르신에게는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한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대표적인 안과 질환을 한자(漢子)로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검열반(瞼裂班) – 눈의 노란색 얼룩 
결막(흰자)을 뚫고 나온듯한 노란색 얼룩. 갑자기 눈이 곪았다고 내원하지만 실제로는 서서히 진행된 단백질과 지방질 변성 덩어리이다. 주변에 신생혈관을 동반하기 때문에 음주, 목욕 후에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한때 미백 수술이라고 해 검열반 제거 수술을 하기도 했지만 부작용이 심해 현재는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를 한다.

익상편(翼狀片) -각막에 낀 백태    
결막(흰자)이 날개 모양의 조각으로 각막(검은자)으로 자라 들어 오는 것으로 백태 혹은 군날개라고도 한다. 익상편을 보고 백내장이 꼈다고 내원한 경우가 많다. 익상편이 심하게 진행돼 각막의 중심부까지 침범하게 되면 시력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까지 방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술로 제거가 가능하지만 재발이 잘되기 때문에 수술 시기의 결정은 안과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노인환(老人環) – 각막 주변이 흰색으로 변색 
각막주변부가 고리 모양으로 하얗게 변색하는 것으로 지방이나 단백질의 대사산물이 침착돼 색이 변한다고 한다. 병이라기보다는 단순 노화의 현상으로 시력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50대 이전의 단안 노인환의 경우는 전신 혈관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도 있다.

첩모난생(睫毛亂生) –속눈썹이 안구로 향하는 것 
말 그대로 속눈썹이 제멋대로 어지럽게 난 상태이다. 대개는 속눈썹의 방향이 안구로 향해 지속해서 각막(검은자)을 자극하여 이물감, 눈물, 충혈, 시력저하 등을 유발한다. 연령에 따라 생기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안과 진료 후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속눈썹의 방향이 안구로 향해 지속해서 각막을 자극하는 것을 첩모난생이라 한다. 이는 이물감, 눈물, 충혈, 시력저하 등을 유발한다. [중앙포토]

속눈썹의 방향이 안구로 향해 지속해서 각막을 자극하는 것을 첩모난생이라 한다. 이는 이물감, 눈물, 충혈, 시력저하 등을 유발한다. [중앙포토]

백내장(白內障) –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것 
우리 눈의 동공 뒤에는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해주는 투명한 바둑알 모양의 수정체가 있다. 이름이 수정체니깐 수정처럼 깨끗해야 하는데 이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것이 백내장이다. 백내장이 심하게 진행되면 육안으로도 동공 안쪽이 하얀 막으로 가려져 보여 백내장이란 이름이 생긴 것인데 사실 요즘은 그 정도로 심하게 진행된 과숙백내장 환자를 보기는 어렵다.

녹내장(綠內障) – 시신경 손상으로 컴컴하게 보이는 병 
안과에 오는 환자들 가운데 백내장은 눈이 하얗게, 녹내장은 눈이 푸르게 변한다고 알고 있는 환자들이 꽤 많다. 이름에 흰 백(白) 푸를 녹(綠)이 들어가고 백내장의 경우는 하얗게 보이기도 하니 그리 생각할 수도 있으나 녹내장의 경우는 실제 눈이 푸르게 변하지 않는다.

녹내장이란 이름은 서양의 의학 용어를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번역하여 생긴 이름이다. 녹내장은 영어로 glaucoma라고 하는데 여기서 glauco란 검푸른 바다색을 의미한다. 서양 사람들은 어두컴컴해서 잘 안 보이는 상황을 glauco란 단어로 설명했고 시신경의 손상으로 시야가 좁아져 전반적으로 어두컴컴하게 보이는 병을 glaucoma라 했다. 이 단어가 한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녹내장(綠內障)이 된 것이다.

비문증(飛蚊症) – 날파리가 보이는 병 
날아다니는 모기증. 참 잘 지은 이름이다. 실제로 갑자기 모기나 날파리가 보인다며 병원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전체의 10% 정도 된다고 하니 비문증이 생겼을 경우에는 안과를 내원해서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김형수 안과전문의 theoreey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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