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 세계가 놀란 ‘모세의 기적’…‘신비의 바닷길’ 다시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2018.05.15 00:01

업데이트 2018.05.15 00:03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일원에서 열린 ‘신비의 바닷길축제’ 모습. 관광객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고 있다. [사진 진도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일원에서 열린 ‘신비의 바닷길축제’ 모습. 관광객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고 있다. [사진 진도군]

1971년부터 5년간 주한 프랑스 대사를 지낸 피에르 랑디(Pierre Landy). 그는 한국 토종개인 진돗개를 보기 위해 전남 진도를 찾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망망대해인 진도 앞바다가 갈라지더니 거대한 바닷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귀국 즉시 프랑스 신문에 “나는 한국에서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봤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전 세계에 알려진 순간이었다.

진도서, 16~19일 ‘신비의 바닷길축제’
바다 속 2.8㎞에 40m짜리 바닥 드러나
‘모세가 홍해 가르는 듯’ 세계가 ‘감탄’

10년간 455만명 체험한 ‘국가명승 9호’
외국인 10%…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
70년대 프랑스 대사가 전 세계에 알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이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 본섬에 있는 고군면 회동과 의신면 모도 사이 바다에 거대한 길이 생기는 현상이다. 어선과 양식장 부표가 떠 있는 바다 가운데 폭 40~60m짜리 길이 2.8㎞가량 나타나는 광경에 관광객들이 탄성을 쏟아낸다. 바닷길이 드러나는 1시간 동안은 섬과 섬 사이를 걸으며 바닷속을 걷는 듯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며 횃불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며 횃불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이곳은 1978년 일본의 NHK가 ‘세계 10대 기적’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도 매년 5월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릴 때면 전 세계에서 취재진과 관광객이 몰려든다. 올해는 16일(오후 6시), 17일(오후 6시40분), 18일(오후 7시20분), 19일(오후 8시10분)에 바닷길이 갈라지는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가장 뚜렷한 바닷길이 드러나는 17일 오후 6시부터는 주민들과 내·외국인들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바닷길축제는 본래 진도 사람들이 한 해의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던 의식에서 비롯됐다. 바람의 신인 영등신에게 지내던 제사에 ‘뽕할머니 전설’이 맞물리면서 축제 형태로 발전했다. 뽕할머니는 먼 옛날 회동과 묘도 사이의 ‘바닷길을 열어 달라’고 용왕께 기원했던 전설의 인물이다.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설 속 뽕할머니는 자신이 살던 회동 앞섬인 모도로 가고 싶어 몇 날 며칠을 간곡히 기도했다. 회동에 출몰하던 호랑이들을 피해 뗏목을 타고 먼저 떠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의 정성에 감동한 용왕은 회동과 모도 사이에 바닷길을 내줌으로써 가족과 상봉하게 해준다. 당시 호랑이들이 많이 산다는 뜻의 ‘호동(虎洞)’은 피신한 마을사람들이 돌아옴으로써 지금의 ‘회동(回洞)’이 됐다.

뽕할머니를 영등신(靈登神)으로 한 축제는 진도 곳곳에서 진행된다.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과 무형문화재 공연 등이 어우러진 행사장에는 최근 10년간 455만 명이 다녀갔다. 국가명승 제9호로 지정된 바닷길에서는 뽕할머니 제례와 영등살 놀이, 거리 퍼포먼스, 새벽 횃불 퍼레이드 등이 열린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회동과 모도에서 각각 출발한 띠를 섬 중간에서 잇는 ‘뽕할머니 소망띠 잇기’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회동과 모도에서 각각 출발한 띠를 섬 중간에서 잇는 ‘뽕할머니 소망띠 잇기’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닷길이 훤히 열리는 시간에 하는 ‘뽕할머니 소망띠 잇기’다. 회동과 모도에서 각각 출발한 1.4㎞의 소망띠가 중간에서 만나 기다란 바닷길을 잇는 장관을 연출한다. 바닷길이 열리면 조개와 전복 등 해산물을 잡으려는 관광객들로 축제장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바다 한가운데에 갑자기 길이 생기는 것은 해당 구간의 조수 간만차가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회동과 모도 앞바다는 1월에 5회, 2월에 3회 등 연간 30차례에 걸쳐 바다 일부분이 드러난다. 이중 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음력 3~5월 영등사리때 열리는 행사가 ‘바닷길축제’다.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리는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리는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진도에서 전승돼온 국보급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바닷길축제의 매력이다. 축제장 안팎에서 강강술래와 진도 씻김굿, 남도들노래, 진도 다시래기 등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이 펼쳐진다. 진도 만가와 북놀이, 남도잡가 등 전남도지정 무형문화재도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행사장 안팎에서는 진도 특산품인 홍주와 진도 전통주막, 신비의 해수족욕탕, 국견 진돗개, 한국화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축제 마지막 날인 19일 오후 8시에는 ‘레이저 미디어쇼’가 열린다. 기적처럼 바다에 길을 낸 뽕할머니와 모세의 이야기를 레이저 그래픽으로 형상화한 공연이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며 횃불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며 횃불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일반적인 국내 축제들에 비해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많다. 지난 10년간 43만 명이 넘게 찾은 외국인 ‘글로벌 존’ 운영과 모도 탐방, 버블 폼 체험, 글로벌 민속씨름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축제장 곳곳에는 외국인 전용쉼터와 통역 안내 요원도 배치된다. 이춘봉 진도부군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닷길이 열리는 축제 공간에 신비한 테마와 아이디어를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확충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진도=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먼 옛날 진도 회동과 묘도 사이의 ‘바닷길을 열어 달라’고 용왕님께 기원했던 뽕할머니 동상. 프리랜서 장정필

먼 옛날 진도 회동과 묘도 사이의 ‘바닷길을 열어 달라’고 용왕님께 기원했던 뽕할머니 동상. 프리랜서 장정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 위치도.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 위치도.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관련기사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